강익중 "실향민의 꿈 담은 연등, 영국 템스강에 띄웁니다"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55·사진)가 실향민의 이야기를 담은 대형 연등 설치작품 ‘집으로 가는 길’을 영국 런던 템스강 위에 전시한다. 오는 9월1~30일 열리는 예술축제 ‘토털리 템스(Totally Thames)’에서다.

올해 20년째를 맞은 토털리 템스는 런던에서 가장 큰 무료 야외 예술축제다. 템스강변 일대에서 미술 전시, 음악 공연, 스포츠 경기 등 150여개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예술가 200여명이 모여드는 이 예술축제에 강씨는 유일한 대표작가로 초대됐다. 그의 작품은 길이 68㎞의 템스강 중간 지점에서 전시를 시작해 강을 떠다니게 된다.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씨는 “축제 초반 4일간은 밀레니엄 브리지 바로 옆에 작품을 전시한다”며 “강을 가로질러 남북을 이어주는 곳이라 통일을 꿈꾸는 이 작품과 의미가 통한다”고 말했다.

영국 템스강에 전시될 ‘집으로 가는 길’
영국 템스강에 전시될 ‘집으로 가는 길’
강씨의 작품은 길이 11m, 너비와 높이가 각각 10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이다. 80~90대 실향민들이 직접 그린 가로·세로 3인치 규격의 그림 500장을 모아 제작했다. 육면체에서 바닥을 제외한 5개 면에 그림을 100개씩 붙이고, 안쪽에는 조명등 500개를 달았다. 작품 맨 위에는 손전등을 든 어린이 모형을 설치했다. 밤이 되면 화려한 모자이크 빛을 발산한다.

강씨는 “올해 초부터 전국을 돌며 만난 실향민 어르신들께 고향 그림을 부탁했다”며 “어린 시절 동네 풍경, 개울가에서 놀던 친구들 등을 그리며 눈물 흘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통일과 자유의 꿈을 전 세계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진강의 물과 템스강 물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우리 민족이 품은 희망이 강물을 통해 세계로 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강씨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만든 공공미술 설치작업을 주로 해온 작가다. 1994년 백남준(1932~2006)과 함께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2인전 ‘멀티플 다이얼로그’를 열어 주목받았다.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로 참가해 특별상을 받았다. 2001년엔 135개국 어린이들이 보내온 그림 3만8000여장을 모자이크로 만든 작품 ‘놀라운 세상’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설치했다.

강씨는 “아이들의 그림을 활용한 작업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꿈의 다리’ 프로젝트다. 세계 어린이들이 보내온 정사각형 그림 100만장을 모을 계획이다. 그는 “그림은 세상을 보는 창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며 “아이들은 미래라는 창으로, 어른들은 과거의 창으로 본 현재를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