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휴식' 끝내고 보폭 넓히는 여야 대선주자들
여야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총선 패배로 숨을 죽여온 새누리당 잠룡들이 ‘휴지기’를 마치고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고, 야당 주자들은 내년 대선에서 제시할 브랜드를 다듬으며 이슈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원외 당협위원장 및 핵심 당원들과 대규모 만찬을 한다. 김 전 대표는 12일 기자들에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를 당 대표로 만들어준 분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라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선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내달 9일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비박근혜(비박)계 단일 후보를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당선되려면 (비박계가) 단일화돼야 한다”고 했다.

총선 패배로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종로에 개인사무실을 냈다. 대외 활동엔 조심스러워하면서 독서와 집필 등 ‘내공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과학기술 융·복합 발전 방안과 4차 산업혁명, 경제 양극화 해소 방안 등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2015년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석좌교수로 임용돼 총선 전까지 강의했다.

복당 이후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나 자신이 그런 (대통령 후보로)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 정말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아직 결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에게는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세우는 개혁정신이 필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 있는 K2 공군기지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내게) 힘을 실어준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6일 대구를 찾아 “유 의원과 좋은 경쟁을 하고 서로가 밀어줄 땐 화끈하게 밀어줄 것”이라고 했다.

한 달여간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지난 9일 돌아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제 전지훈련은 끝났다”며 귀국 일성으로 ‘국민행복론’을 제시했다. 국민행복론은 4년 전 박 대통령의 화두다. 문 전 대표는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며 책을 집필하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 이후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 출간을 계기로 문 전 대표는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당 총선 홍보비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최근 ‘맷집론’을 내세우며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제시할 핵심 아젠다 다듬기에 주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미래·역량의 축적·공정’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일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 즉답을 피하면서도 “민생이 파탄나고, 경제 성장판이 닫힌 상황에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당권 도전을 접은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정권 교체를 위한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며 대권 레이스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KBS 라디오에 출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내년 초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특정 지역을 근거해 지역 대표성을 갖고 출마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유승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