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총리에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확정돼 13일(현지시간) 취임한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이어 26년 만의 여성 총리다. 성공회 신부의 딸인 메이 신임 총리는 보수당 내에서 중도파 성향으로 평가된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해온 온건파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이제 EU 탈퇴 협상을 이끌게 됐다.

물론 영국도 EU도 쉽지 않은 협상이다. 최소한 2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메이 새 총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내년에야 협상을 시작할 뜻임을 밝혔다. 영국의 EU시장 접근을 위한 무역협정만 해도 선택지가 여럿이다. 에이먼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은 “영국은 스위스 방식의 양자 간 협정, 유럽경제지역(EEU)과 협정,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처럼 모든 나라와 무관세협정을 체결하는 방식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앞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EU 측은 영국에 징벌적 요소가 포함된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네덜란드 덴마크 체코 등의 후속 탈퇴 가능성을 봉쇄하려면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영국의 선택을 반(反)세계화로 볼 수만은 없다. 이민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영국이라도 EU가 10년간 550만명이나 되는 이른바 ‘이민 덤핑, 소셜 덤핑’을 강요하는 상황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 근본적인 것은 EU의 규제 강화 성향이다. 시시콜콜한 규제가 비즈니스 교육 고용 환경 등 미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일정 각도 이상으로 휘어진 바나나는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휘어진 바나나’ 규제 논쟁이 나오는 정도다.

EU는 브렉시트에도 책임이 있다. 이번이 좋은 개혁의 기회다.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탈(脫)규제로 가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지 기고를 통해 “EU는 영국을 탈옥수 취급해선 안 된다”며 “영국과 유럽이 국제 질서를 재구축하는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그대로다. 새로운 유럽질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드는 것이 영국 혼자만의 책임일 수는 없다. EU와 메이 총리의 영국이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