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을 기화로 대(對)중국 외교가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 이슈가 북핵, 한·미 동맹, 아시아 신(新)질서라는 우리의 핵심적인 이해와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최일선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꼴이다.

국익과 한·미 간 전통적인 우호를 지키면서 중국도 배려하는 해법을 찾아내는 일은 난해한 고차방정식이다. 지금까지의 어정쩡한 친중 노선이나 등거리 외교는 답이 못 된다. 중국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거친 반응을 흘리며 사드 결정 번복을 압박 중이다. 남중국해 분쟁도 한국의 입장을 묻고 있다. 최대 교역국에다 북핵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을 배려해야 하지만 해양법상 판결을 무시할 수도 없다. 2000년 ‘한·중 마늘분쟁’ 당시 중국의 경제보복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원칙과 일관성이다. 얄팍한 술수나 잔머리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태도는 금물이다. 사드는 예측불가능한 북한의 핵위협에 맞선 자위권이라는 점을 당당하게 설명해야 한다. 북핵에 관해 중국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대안제시도 절실하다. 남중국해에 설정한 중국의 구단선이 ‘법적근거 없다’는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문제에서도 글로벌 보편가치를 좇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판결 후에도 ‘지역 평화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드로 악화된 관계를 회복시키는 카드로 활용하자는 고려가 깔렸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질서와 충돌한다면 소탐대실의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이 국제규범 준수에 실패할 경우 한국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지적은 타당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을 취하면 된다는 생각은 안이하다. 마침 브렉시트 등으로 새로운 글로벌 질서가 태동하는 시점이다. 보편타당한 국제질서와 가치를 존중하는 정공법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잔꾀는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