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대장'에 홀린 이유? 보편적 감성 건드린 스토리텔링!"
‘미국대장3’. 국내에서 지난 4월 개봉해 관객 860만명을 동원한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시빌워)’의 중국어 제목이다. 동떨어진 것 같은 이름의 외국 영웅 이야기에 중국 시장이 열광했다. 약 30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중국에서만 1억9042만달러(약 2186억원)를 넘는 수익을 올렸고, 세계 시장에선 11억5062만달러(약 1조3213억원)를 벌어들였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만든 조 루소 감독(사진)을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만났다. 루소 감독은 “영화의 예상치 못한 세계적 인기에 놀랐다”며 “미국에서 얻은 수입은 전체 수익의 3분의 1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에게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 창작 비결을 물었다.

"중국이 '미국대장'에 홀린 이유? 보편적 감성 건드린 스토리텔링!"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성과 몰입 가능성입니다. 우정, 선악에 대한 신념,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과 갈등 등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대적 고민이나 사회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비슷합니다. 이를 이야기에 담아 설득력 있는 등장인물로 표현하면 국경을 초월해 공감을 살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오죠.”

그는 “요즘 관객들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고,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입체적인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만이 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극장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었고, TV채널은 4개뿐이었어요.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TV·모바일·인터넷 등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의 시각도 아주 세련되게 변했어요. 이제 관객들은 단순히 보고 잊어버릴 영상 대신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합니다.”

루소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에도 주목했다. 그는 “요즘 영화산업 핵심은 SNS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이라며 “영화가 금요일에 개봉했다면 주말 SNS에선 온통 그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그가 설득력 있는 등장인물을 중시하는 이유다.

“저는 영화에서 선역과 악역을 정해놓지 않습니다. 대신 다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관점이 다름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래야 입체적인 인물이 나오고, 단순하지 않은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거든요. 관객들은 이를 더 흥미롭게 받아들입니다. 인터넷 포럼을 보면 시빌워에 나온 16명의 등장인물 팬들이 서로 다른 줄거리 전개를 응원하며 의견을 나눕니다. 각각 다양한 인물에 공감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점치며 콘텐츠에 몰입하는 거죠.”

그는 “세계인이 고민하는 이 시대의 문제를 다룬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빌워에서 갈등의 발단은 외계인 악당이 아니라 큰 정부와 작은 정부 담론 간 견해차이다. 아이언맨은 정부가 영웅들의 힘을 관리 감독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세상이 안전해진다고 주장하고, 캡틴 아메리카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개인의 선한 의지를 믿고 존중해야 한다며 싸운다.

루소 감독은 최근 할리우드 감독 저스틴 린 등과 제작사 ‘불릿’을 설립했다.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미국 영화시장은 정체되고 있습니다. 나오는 영화도 서로 비슷하죠. 반면 중국은 제게 새로운 문화와 이야기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이전에는 없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