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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고향

입력 2016-07-11 18:03:30 | 수정 2016-07-12 00:58:38 | 지면정보 2016-07-12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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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석 < 시공테크 회장 kspark@sigongtec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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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에 갔다. 그곳에는 형제나 친척이 아무도 살지 않지만 인근 지역 출장길에 불현듯 생각이 나 택시를 타고 갔다. 내 고향은 전남 보성군 조성면 신월리 93, 갈매라는 곳이다. 고향을 떠난 지 올해로 딱 50년이지만 언제나 산밑의 조그만 마을은 내 마음속에 있다. 고향은 많이 변했다. 먼지투성이 국도는 아스팔트 길이 됐고 내가 다니던 면 소재지 초등학교는 학생이 2000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50명 정도다. 마을도 많이 달라졌다. 내가 살던 조그만 초가집은 소 키우는 우사로 바뀌어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을 많이 가로막았다.

산과 길은 그대로였다. 붕어와 뱀장어, 피라미 등을 천렵하던 개울도 물고기만 없지 그대로였다. 메뚜기 잡고 뛰놀며 걷던 들판도 그대로고, 저 멀리 보이는 기찻길도 그대로였다. 특히 산밑 우리 마을에서 국도까지의 작은 길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길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며칠씩 행상을 하고 돌아올 때쯤 뒷산에 앉아 그 길을 뚫어지게 보며 기다리다 멀리서 어머니 모습이 보이면 그 작은 논길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어머니 품에 안겼다. 때론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철철 났지만 그건 일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짐을 머리에서 내려놓고 나를 꼭 안으셨다.

고등학교를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순천으로 갔다. 집에서 기차 통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깜깜한 새벽에 기차를 타러 나갔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8시가 다 됐기 때문에 논길이 깜깜했다. 국도에서 논길로 접어들면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뭔가가 쏜살같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집에서 키우는 메리라는 족보 없는 개였다. 매일 우리가 만나는 지점이 일정했지만 여름에는 그 지점이 집에서 조금 가까워진다. 멀리서 메리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으므로 나 역시 뜀박질을 했기 때문이다. 메리의 마중은 고교시절 2년 동안 한결같았다.

어느 날 저녁 메리의 마중이 없었다. 메리, 메리 하고 크게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대로 메리는 이웃이 놓은 쥐약을 먹고 죽었다. 어머니는 마루에서 울고 계셨다. 나는 1주일간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후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고향에 얽힌 추억이 어찌 이뿐일까. 이 여름 우리 모두 고향에 가보자.

박기석 < 시공테크 회장 kspark@sigongtec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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