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참의원 선거 승리 후 첫 일성으로 “종합적이고 과감한 경제정책”을 예고했다.

그가 속한 자민당은 중의원(하원)에 이어 참의원(상원)까지 개헌 발의 의석을 확보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는 개헌의 마지막 관문은 국민투표다. 일본 국민의 50%는 그런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을 설득하려면 먼저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공이 필수라고 아베 총리가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추가 양적완화를 기대한 일본 증시는 이날 약 4% 급등했다.

◆‘아베노믹스’ 새 동력 마련할까

경제 살려 개헌하겠다는 아베…경기부양에 10조엔 푼다
지난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56석을 얻었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비개선 의석’(65석)까지 더한 자민당 의석수는 121석으로 늘었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자민·공명 연립여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에 무소속을 합한 개헌 세력은 165석으로 참의원 242석의 3분의 2(162석)를 뛰어넘었다. 중·참의원에서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조문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중·참 양원 헌법심사회에서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아베노믹스를 가속화하라는 신뢰를 받은 데 감사한다”며 “내수를 뒷받침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과감한 경제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 재정·재생상에게 경제대책 마련을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10조엔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형 인프라 정비’를 비롯해 일하는 방식 혁신 등 구조개혁을 포함한 종합대책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엔고(高)와 주가 하락으로 아베노믹스가 자칫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던 터였다.

◆일단 주가는 뜨겁게 반응

대규모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98% 급등한 15,708.82에 마감했다. 장 초반 달러당 100.55엔까지 오른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예상으로 장중 102엔 아래로 떨어졌다.

아베 총리로서는 아베노믹스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래야 숙원인 헌법 개정은 물론 장기 집권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는 개헌 발의 의석수만 확보했을 뿐 국민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교도통신이 시행한 출구조사에서 ‘아베 정부 아래서의 개헌’ 반대 응답은 50%로 찬성(39.8%)을 크게 웃돌았다. 계속 이런 추세라면 개헌을 발의해도 국민투표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그의 장기집권 가도에 역풍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 선거권을 얻은 만 18~19세 유권자의 표심이 자민 등 연립여당으로 쏠린 것은 아베 총리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서 이들 중 40%가 자민당 비례대표를 지지했다. 공명당 지지자(10%)를 합치면 50%에 달한다. 제1야당인 민진당 지지자는 17%에 불과했다. 아베 정부가 지속해온 전쟁 미화 등 왜곡된 교육과 우경화 움직임이 젊은 층의 보수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