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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이대리] 반바지는 되고 샌들은 안 되고…카페 같은 사무실이요? 내 자리 없으니 집중 안돼요ㅠ ㅠ

입력 2016-07-11 17:35:41 | 수정 2016-07-12 05:16:44 | 지면정보 2016-07-12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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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 혁신안에 한숨 쉬는 직장인들

스마트 오피스 대세라지만 아침마다 '자리 맡기' 전쟁
호프집·공원서 열린 회의? "사무실이 그립습니다…"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요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반바지 때문에 시끄럽다. 회사가 지난달 27일 올여름부터 하절기엔 ‘반바지를 입어도 된다’고 방침을 바꾸면서다. 하지만 반바지는 되는데, 샌들은 아직 안 된다. 이 때문에 반바지를 입으면 신발은 뭘 신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구두에 긴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김 차장, 보트슈즈에 발목 양말을 신으면 된다는 이 대리, 남자들 다리털 보기 싫은데 왜 반바지는 허용했느냐는 여성 박 과장까지….

기업들이 시대 변화에 발맞춰 각종 조직문화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바지뿐 아니라 내년 3월부터 ‘김 과장’ ‘이 대리’와 같은 호칭을 없앤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전 계열사에 ‘님’ 호칭을 도입했고, SK텔레콤도 2006년부터 팀원끼리 ‘매니저’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의도 바꾸고, 출퇴근 시간, 휴가 방식, 사무실 배치까지 수시로 ‘혁신’한다. 하지만 이런 실험적 혁신안이 도리어 불편함을 가져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상 업무도 잘해야 하고, 회사 혁신안에도 적응하느라 고생하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사연을 들어보자.

‘스마트 오피스’ 하려다 업무 집중도 저하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김모씨(27)는 요즘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출근한다. 그동안 출근시간이 자유로운 다국적 기업 특성상 오전 10시쯤 느긋하게 나갔다. 하지만 회사가 기업문화를 개선한다며 사무실 구조를 카페처럼 바꾸면서 갑자기 ‘자리 맡기’ 경쟁이 불붙었다.

회사는 ‘부서 간 협업을 활성화하고 토론 공간을 늘린다’는 취지로 개방형 사무실을 만들었다.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과 서서 회의할 수 있는 미팅룸도 마련됐다.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목허리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다. 하지만 이런 공용 공간이 늘어나는 대신 개인 공간은 확 줄었다. 지정석은 없어지고, 매일 오는 순서대로 원하는 곳에 자리를 맡는다.

‘윗선’에서는 사무실이 깔끔해졌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김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서원끼리도 모두 흩어져 앉아야 하고, 오전 10시에 오면 이미 좋은 자리는 꽉 찹니다. 바로 옆에서 회의하고 있는데 개별 업무를 하려니 강남역 한복판 카페에서 일하는 느낌이에요.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한 유통회사에 다니는 최모 대리(34)도 ‘스마트 오피스’ 때문에 불편하다. 회사는 직원들의 개인 물품을 넣어둘 수 있는 사물함을 제작하고 책상엔 공용물품인 전화기, 컴퓨터만 놓을 수 있게 규정을 만들었다. 펜을 비롯한 각종 사무집기와 서류는 매번 출근할 때 사물함에서 들고 와 퇴근할 땐 고스란히 사물함에 넣어야 한다. 지정석이 아닌 만큼 누가 와서 그 자리를 쓰더라도 상관없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직원들에게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회사가 아니라 ‘독서실’로 출근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최 대리는 “각자가 일하기 위한 최적화된 환경이 다른데 그걸 만들기 위해 매일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한다”며 “내 자리가 없이 떠돌며 일하다 보니 ‘언제 잘리더라도 사물함 속 짐만 들고 나가면 되겠구나’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김모씨(28)는 요즘 점심때가 다가오면 ‘오늘은 몇 분이나 식사 시간으로 쓸 수 있을지’를 가늠하며 한숨부터 쉰다. 사장 방침으로 ‘점심시간 자율제’가 도입된 탓이다. 당초 취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자유롭게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은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팀은 오전 11시가 다가오면 오히려 더 바빠진다. “식사는 늦게 해도 상관없으니 주어진 일부터 빨리 끝내자”는 팀장의 압박이 이어지고, 허둥지둥 일하다 보면 어느덧 오후 1시를 훌쩍 넘기는 때가 부지기수다. 김씨는 “밥 먹을 시간이 빠듯해 배달음식,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점심시간 자율제가 점심시간을 없애버린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색 회의’, 메신저 보고에 한숨만 잔뜩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회의 방식의 다양화도 김과장 이대리를 괴롭히는 사내 혁신안이다.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박모 사원(29)은 매달 마지막 주가 다가오면 고민에 휩싸인다. 소속 부서장이 올 들어 ‘열린 회의를 하겠다’며 매달 마지막 주 회의는 사무실 밖에서 열겠다고 해서다. 부서장은 부서 막내인 박씨에게 이색 회의 아이디어를 내라고 지시했다. 처음 몇 번은 쉬웠다. 업무 관련 영화를 보거나 등산한 뒤 밥 먹으며 회의하거나, 한강공원에 가서 돗자리를 깔고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금세 고갈됐다. 박씨는 “회의 문서를 준비하는 것보다 색다른 회의 장소를 찾는 데 더 많이 투자한다”며 “갈수록 상사의 기대는 커지는데 언제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출판사에 다니는 김희진 대리(31)도 회의 때문에 걱정이다. 석 달 전부터 답답한 회의실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팀 회의장소를 바꿔서다. 취지는 좋았지만 호프집으로 장소를 옮긴 게 문제였다. 한 직원의 “떠오르는 스타트업인 ‘72초 TV’가 ‘맥주회의’를 한다더라”는 의견이 화근이었다. 술을 못 마시는 김 대리는 그때부터 회의에 가는 게 고역이 됐다. 지겨운 회식이 두 배로 늘어난 느낌이다. 결국 술을 좋아하는 몇몇 팀원이 회의를 주도하게 됐다. “회의를 빌미로 술 마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처럼 회의실에서 하는 게 낫겠습니다.”

모바일을 통한 보고 및 회의방식 변화도 괴로운 혁신안 중 하나다. 인천의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김모 대리(28)는 최근 야간·주말에 울려대는 회사 메신저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에 파견됐다가 한 달 전 복귀한 과장이 “본사 사람들은 주말에도 팀원끼리 수시로 업무 보고를 하거나 좋은 기사 등을 공유하더라”며 벤치마킹에 나섰다.

이후 과장이 만든 단톡방(단체 카톡방)이 연일 쉬지 않고 울린다. 김 대리는 “급히 처리해야 할 몇몇 일을 빼면 그동안 주말엔 메신저를 쓰지 않아도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며 “주말에 과장이 보내는 메시지도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글’ ‘최신 유행하는 유머’ 등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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