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다이어트…'섭식장애' 급증… '폭토'·'씹뱉'을 아시나요
여대생 이모씨(24)는 요즘 매일 절식과 폭식, 구토를 반복하느라 만신창이 상태다. 키 168㎝에 몸무게 47㎏으로 체질량지수 기준으로 ‘저체중’에 해당하지만 살이 찔까봐 200mL 두유 한 팩으로 하루를 버틴다. 가끔은 주체할 수 없는 식욕에 사로잡혀 피자 한 판에 치킨 한 마리, 과자와 빵까지 한꺼번에 먹어치운다. 폭식 후엔 토하거나 설사약을 먹고 속을 억지로 비운다. 이씨는 “몸무게가 500g만 불어도 돼지같이 느껴진다”며 “온통 음식과 열량, 운동에 대한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11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다이어트의 계절’로 불리는 여름을 맞아 몸매 관리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거식과 폭식 등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섭식장애는 체형이나 체중에 집착하고 살이 찌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섭식장애는 여름철인 7월에 여성을 중심으로 많이 나타난다. 지난해 섭식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1만2468명 중 81%(1만44명)가 여성이었다. 전체 진료인원 중 가장 많은 24%(3005명)가 7월에 병원을 찾았다. 2014년에도 81%가 여성 환자였고 23%가 7월에 진료를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과 여름휴가에 대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던 직장인 등이 7월께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섭식장애 환자들 사이에선 식욕을 참지 못해 폭식한 뒤 토하는 ‘폭토’, 음식물을 씹다가 삼키지 않고 뱉는 ‘씹뱉’이 일상이다. 이들은 소화기능 이상, 영양실조, 탈모, 생리불순 등 후유증을 겪는 일이 많다. 섭식장애 전문 클리닉 ‘마음과 마음’의 김준기 원장은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놀림당한 경험, 가족의 과보호나 무관심, 완벽주의적 경향 등으로 자존감이 낮아 남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에 과도한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극단으로 치닫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날씬하고 마른 연예인을 집중 조명하는 대중매체의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다이어트 열풍이 ‘소녀시대 효과’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딱 붙는 스키니진이나 쇼트 팬츠로 마른 몸을 강조한 걸그룹 소녀시대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당수 여성이 걸그룹 수준의 몸매를 ‘표준’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용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없고 정상체중(체질량지수 18.5~22.9)인 여성의 41.4%가 자신이 뚱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섭식장애를 방치하면 만성적인 질병을 얻거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치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