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편집자 주] "이 돈으로 어떻게 살아" vs "회사 문 닫게 생겼다"

근로자측 1만원(66% ↑) vs 사용자측 6030원(동결). 최저임금 결정,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법정 기한인 지난달 28일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근로자와 사용자 간 제안액은 무려 4000원 차이납니다.

'데이터 좋아하는 형', DJ(데이터저널리즘·Data Journalism 약자) 래빗도 답답합니다. 문제의 핵심이 뭘까요? 사용자 주장대로 한국 최저임금은 동결해도 될 만큼 충분히 많을까요? 아니면 근로자 지적처럼 당장 66%나 올려야 할 만큼 모자란 걸까요?

DJ 래빗이 여러 국내·외 데이터로 최저임금 갈등을 보는 시야를 넓혀드립니다. DJ래빗 형 도와줘요 !.!

[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안녕~ DJ 형이야 !.! 내년 최저임금 협상 과정이 시끌시끌하지?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원을 제시한 근로자측과 동결(6030원)을 주장하고 있는 사용자측은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예년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 조금씩 중간 절충값에 다가갔는데, 올해는 서로 원안을 고수하며 꿈쩍도 않고 있지.

사용자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며 내세운 1인(비혼단신근로자) 월 실태생계비는 103만4964원이었어. 이후 SNS에서 논란이 일었지. 뉴스래빗이 페이스북에 공유한 인포그래픽 한 장도 그랬어. 35만원 월세방과 편의점 도시락 3000원 등 저렴하게 소비하면 103만원으로 한달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 젊은 청년 독자들은 분노했어. "요즘 35만원짜리 방이 어딨냐", "편의점 도시락 3000원을 먹으라니" 등 사용자가 집계한 생활비 내역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어.
[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반면 근로자 측이 집계한 1인 생계비는 169만3889원이었어. 양측이 산정하는 생계비부터 65만원 차이날 만큼 간극이 멀어. 입장차가 큰 이유는 돈의 많고 적음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야. 같은 나이 성별 직업이라도 생활비 쓰임새는 제 각각이니까.
[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최저임금으로 우리 삶은 풍족해질 수 있을까.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까.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서 우리 나라 최저임금 상승폭은 적정한 걸까. 이모저모 살펴볼 수 있도록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이해를 돕는 그래프로 만들어봤어.

#1.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가능한가요?

먼저 보건복지부가 매년 정하는 1인 가구 한달 최저생계비(64만9932원)와 최저임금을 한데 비교해봤어.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뜻해. 정책적 빈곤선이자 기초생활 수급자 선정 기준인 최소한의 금액이야.

내가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6030원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20일을 일했다고 치자. 그럼 한달에 96만4800원을 벌 수 있어. 여기에서 최소한의 생활비용인 복지부 최저생계비를 빼면 31만4868원(96만4800원 - 64만9932원)이 남아. 한달 30일로 치면 1인 생활자에게 하루 1만원 정도 여윳돈이 남는 셈이지.

한달 방 월세값과 밥값, 공과금 등 '생존' 최저생계비 64만원을 해결하고 남는 30만원으로 이제 등록금을 모아야하고, 수업 교재도 사야하고, 토익 시험도 봐야하고, 공모전도 준비해야하고, 여자친구와 한번은 영화관도 가야해. 국가도 기업도 '창의적(크리에이티브 Creative) 인재'를 강조하는데 나만 뒤떨어질 수는 없잖아.

그런데 하루 1만원, 한달 30만원으로 이게 가능할까. 형은 이 대목에서 좀 서글퍼져. 다 컸는데,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또 손을 벌려야하나. 차라리 몸이 고되고 일이 위험하더라도 시급을 더 주는 단기 용역직 아르바이트를 구해야겠지. 그런데 최근 서울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코레일 용역직 청년 사망 기사를 봤어. 저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겠구나 싶어 문득 무서워지더라.

요즘 일부 어르신들은 한끼 3만원 미만 밥(김영란법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먹으면 내수 경기가 망가진다고 난색이잖아. 그렇다면 학생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하청직원, 단기 용역 등 사회 말단의 근로자가 주로 받는 최저시급을 올려 내수를 조금이나마 살리는 방안은 어떨까.

# 2. 한국 최저임금과 물가, OECD 비교

다른 나라 사정을 보자. 우리나라의 상대적 최저임금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중 자료가 공개된 26개국 최저임금과 물가를 우리나라 기준으로 환산했어. OECD 통계에 지난해 자료 밖에 없어서 일단 2015년 치로 비교해봤지.



OECD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간당 5.26달러(5580원)였어. 유럽의 스페인(4.98달러)와 비슷한 수준이고, 가장 높은 호주(15.17달러)의 3분의 1 수준이야. 전체 26개국 중에서는 한국은 15위야. 최저임금 절대값으로는 중하위권인 셈이지.



우리나라 물가는 어떨까? OECD 회원국간 비교를 위해 우리나라 물가를 100으로 놓고 각국의 물가지수(통계청 월간 국제 통계)'비교 물가지수'로 환산해봤어. 지난해 물가가 가장 높은 나라는 영국으로 우리나라의 138%야.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의 약 3배인 호주는 한국의 131% 수준이지.

우리와 최저임금이 비슷한 스페인은 지난 5년간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약 20~30% 높았어. 그러다가 최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지. 8년 전엔 우리 물가의 2배였던 일본은 지난해 한국과 비슷해진 걸 발견할 수 있어.

# 3. 한국, 물가 대비 최저임금 뒷걸음 중

중요한 건 물가 대비 최저임금의 변동폭이야. 물가가 오르면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체감 소비는 변동이 없거든. 물가 오름폭보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더 높아야 그나마 여윳돈이 생기거든.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동물이잖아.

2008년 한국은 비교물가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OECD 중위권이었어. 하지만 해가 갈수록 물가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는 국가에 밀리는 경향을 발견했어. 아래 움직이는 표를 보자.
[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GIF VISUALIZED by 이재근 기자 rot0115@hankyung.com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 간 국가별 물가와 최저임금이 각각 한국의 몇 배인지를 종합적으로 비교했어. 예를 들어 영국은 물가가 한국의 1.3배 이고, 최저임금은 2배 수준이야. 한국의 비교물가와 최저임금을 모두 1로 놓고 보면, 영국은 대한민국의 위(빨강)에 놓이지. 반면 터키는 우리보다 비교물가가 낮고, 최저임금도 낮아. 그래서 대한민국 기준선 아래(파랑) 놓여. 이 같은 방식으로 모든 조사 대상국의 연간 변동 그래프에 그렸어.

보다시피 8년간 '물가 대비 최저임금' 순위는 크게 변화가 없어. 하지만 한국이 중간 기준점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경향은 뚜렷해. 우리나라보다 물가 대비 최저임금이 낮은 국가와 간격도 좁아지고 있지.

나라별로 경제 상황과 생활 수준은 달라. 최저임금으로 그 나라에서 정말 생활하기에 충분한지를 따지긴 쉽지 않아. 다만 위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나타낸 아래 지도를 보면 최저임금이 높기로 유명한 호주, 뉴질랜드 등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상대적 수준이 좀 더 와닿을 거야.



# 4. "우리도 힘들다" 최저임금도 버거운 중소기업들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의 최저임금 및 인상률. (출처=최저임금위원회)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의 최저임금 및 인상률. (출처=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이 오르면 근로자는 좋지만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져. 최저임금 인상의 딜레마지. 매해 협상 진통을 겪으면서도 한국은 매해 꾸준히 최저임금을 인상해왔어. 2.8%에 그친 2010년을 제외하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2%까지 꾸준히 올랐지. 2007년 348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 6030원으로 10년 새 2배가 됐으니까.

중소기업중앙회는 매년 협상 시기마다 경영주의 '현장 목소리'를 모아 발표해. 뉴스래빗은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경영주의 '말말말'을 형태소 단위로 쪼개 단어 구름(word cloud)으로 추려봤어.

[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단어 구름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차지한 단어는 '외국인(143회)'이야. 외국인을 주로 고용하는 이유가 저렴한 인건비 때문인데 자꾸 최저임금이 올라 외국인 월급만 올리는 꼴이라는 식의 주장이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기숙사 운영 비용까지 드는데 이렇게 되면 내국인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어.

단가(51회), 높다(46회), 많다(45회), 부담(35회), 제조업(33회), 악화(30회), 어렵다(28회), 문제(26회), 힘들다(25회) 등도 눈에 띄어. 나빠지는 경제 상황과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에 이중고라는 하소연인 셈이지.

# 5. 1만원의 실질 가치..행복은 어디에?

지난달 3일부터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15일 13차에 이르렀어. 타협점이 없다보니 12일 열린 12차 전원회의에서 중재를 맡은 공익위원 측은 6255원(3.7% 인상)~6840원(13.4% 인상)을 중재안으로 내놨어.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 사이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커.
최저임금 인상안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일(8월 5일) 20일 전인 오는 16일까지 합의를 봐야해.

중요한 건 각자가 체감하는 실질 가치야. 올해 6030원에서 단순히 몇 %가 올랐나 보다는, 열심히 일한 근로자가 최저 임금으로 삶의 기본적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 합리적 소득 구조를 마련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절실해. 부디 세종대왕님이 굽어살피는 '1만원의 가치'가 이 땅의 많은 근로자의 기쁨이었으면 좋겠어 !.!
[DJ 래빗] 하루 1만원으로 '크리에이티브' 하라굽쇼?
# DJ 래빗?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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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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