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인 ‘T맵’이 오는 19일부터 무료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내비게이션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T맵은 그동안 SK텔레콤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에게만 무료로 제공했다. SK텔레콤만의 차별화한 킬러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취지였다. KT, LG유플러스 가입자가 T맵을 이용하려면 월 4000원(부가세 별도)의 요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19일 이후부터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원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T맵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무료로 쓸 수 있다.

T맵의 월 사용자 수는 평균 800만명에 달한다. 주말에는 하루 평균 약 22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번 무료화 결정으로 다른 통신사의 스마트폰 가입자 2370만명도 T맵을 쓸 수 있게 돼 사용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텔레콤이 T맵을 무료화한 것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플랫폼으로 키워 향후 사물인터넷(IoT)이나 커넥티드 카 등 같은 미래 신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포석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금도 르노삼성자동차 기아자동차 등과 협력해 신규 출고 차량 내부에 장착하는 내비게이션 제품에 T맵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T맵 사용자 기반이 넓어지면 완성차업계와의 협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에는 동부화재와 손잡고 T맵의 운전습관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세계 최초 내비게이션 연계 보험상품인 ‘smarT-UBI 안전운전 특약’을 내놓기도 했다. T맵 사용자들이 ‘운전습관’ 메뉴에 동의한 뒤 500㎞ 이상의 주행기록을 토대로 일정 점수(100점 만점에 61점)를 넘기면 특약 가입 시 5%의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최적 길안내라는 핵심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이동교통 분야에서 사람들의 생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각종 연계 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2월 내비게이션 서비스 ‘카카오 내비’를 선보였다. 카카오가 2014년 인수한 록앤올의 ‘김기사’를 확대 개편했다. 카카오 내비는 최대 하루 이용자 수 기록을 2~3주마다 갱신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월 이용자 수는 2014년 5월 240만명에서, 지난 5월 340만명으로 42% 이상 늘었다. 카카오 내비는 다양한 편의 기능으로 사용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소 관리가 대표적이다. 독자적 사용자 환경(UI)인 ‘벌집’을 통해 한 번 등록한 장소를 첫 화면에서 볼 수 있다. 매번 장소를 검색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으로 바로 길안내가 이뤄진다.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사용자에게 유용하다.

카카오톡과의 연동도 강점이다. 현위치나 목적지, 태그 공유 등이 가능하다. 여럿이 함께 이동할 때 사용하기 좋은 내비게이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카카오 내비로 대화방에서 장소를 공유하면 모두가 정확한 장소로 안내받을 수 있다. 서로 도착지까지 남은 예상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현재 지도 앱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해 장소 검색부터 길 안내는 물론 최종 예매 및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 모바일 앱 검색창에서 영화관을 검색하면 예매 서비스(N예약)와 이용권 간편결제(네이버페이) 등을 비롯해 길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네이버는 앞으로 내비게이션에 음성검색도 지원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차량공유 업체인 그린카와 손을 잡았다. 사용자가 그린카 차량 안에서 네이버 지도 및 내비게이션, 음악, 검색, 뉴스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T맵에 대항하기 위해 내비게이션 전문기업인 팅크웨어와 손을 잡았다. 팅크웨어는 지난 19년간 전자지도 사업으로 쌓은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나비’라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기존 ‘올레 내비’와 ‘U+내비’를 개편해 ‘올레 아이나비’와 ‘U네비’를 선보였다. 이들 내비게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3사의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서비스 대비 교통정보의 정확성을 높여 예상 시간과 도착 시간의 오차를 줄였다. 경로 안내는 동일하지만, 외형과 디자인은 각 사의 특징을 살려 차별화했다. KT가 제공하는 올레 아이나비는 진출입 구간에서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방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사 사진 리얼뷰’를 전국으로 확대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U네비는 ‘CCTV경로 비교’ 기능을 제공한다. CCTV를 활용해 직접 교통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도로의 CCTV를 직접 보며 막히는 길을 피해 대체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은 미래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반이 되는 서비스”라며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IT 기업 간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