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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에까지 '낙하산' 보낸 청와대·정부…'AIIB 망신' 자초했다

입력 2016-07-10 17:48:39 | 수정 2016-07-11 02:30:08 | 지면정보 2016-07-11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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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내고 부총재직 못지켜…커지는 책임론
'AIIB 부총재직 상실' 전말

중국, 설립 협조 한국에 2인자 자리 CIO 줄 생각
국제경험 적은 홍기택 내정에 3인자 CRO 맡겨
홍기택 돌출행동…기다렸다는 듯 '문책성 조직개편'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주말 내내 침묵했다. 지난 8일 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한국 몫이던 투자위험 관리담당 부총재(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낮추고, 휴직 중인 홍기택 부총재(전 산업은행 회장)를 대신할 인사를 새로 인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어떤 공식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사견이라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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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많은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확보한 AIIB 부총재 자리를 허무하게 잃게 됐다.

누군가 명확히 경과를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7일 갑작스레 휴직계를 낸 홍 부총재의 돌출행동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자질 없는 인사’를 AIIB 부총재에 앉힌 청와대, 이를 제어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란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얻은 자리인데…”

AIIB는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국제금융기구다. 중국은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응해 위안화 국제화 등 금융굴기(金融起)를 이룬다는 전략에 따라 2013년 10월 AIIB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AIIB 설립엔 한국도 초창기부터 깊숙이 관여했다. 2012년 중국 재정부는 최종구 당시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현 SGI서울보증 사장)을 통해 AIIB 설립 구상을 밝히고 협조를 구했다.

미국과의 외교문제 등을 놓고 고민하던 한국 정부가 AIIB 참여를 결정하자 중국은 한국에 AIIB 내 2인자 격인 투자운영 관리담당 부총재(CIO) 자리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CIO는 자본금만 1000억달러인 AIIB의 투자처를 결정하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한국의 AIIB 지분율이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위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지난해 초까지 정부는 AIIB CIO에 국제금융 경험이 풍부한 경제관료 출신을 추천할 계획이었다. 진리췬 AIIB 총재도 한국 정부에 “국제금융 실무에 밝은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재부 1차관을 지낸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최 전 관리관 등이 정부 안팎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인선 결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해 9월께 정부는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을 AIIB 부총재로 내정했다.

참사 예고한 두 번의 낙하산 인사

홍 부총재의 내정은 정부 인사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AIIB가 요구한 추천조건과 달리 그는 20년간 대학교수 경력이 거의 전부다. 더군다나 그는 산업은행 회장 임기를 6개월가량 남겨두고 있었다. 정부 안팎에선 2013년 4월 그가 산은 회장으로 선임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란 얘기가 나돌았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 그 인연으로 2013년 1~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덕분에 산업·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할 산은 회장이란 요직을 꿰찼다는 얘기가 많았다.

스스로도 2013년 4월 산업은행 회장 취임 직후 “(나는) 낙하산이 맞다.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AIIB 부총재에 내정된 데에도 이런 인연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관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국제금융 경험이 없는 홍 부총재에 대해 AIIB는 마뜩잖아 했다. 진리췬 총재도 지난해 9월 홍 전 회장을 면담한 직후 ‘자격요건이 안 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뜻이 완강하자 AIIB는 홍 부총재를 받아들이겠으나 CIO 대신 CRO 자리를 주겠다고 통보했다.

전직 경제부처 관료는 “잘못된 인사 탓에 중국이 주기로 했던 AIIB 2인자 자리를 제발로 걷어찬 꼴”이라고 꼬집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홍 부총재가 임기를 수개월 앞두고 AIIB 부총재로 ‘영전’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왔다.

4조원 부총재 자리 누가 날렸나

이번 사태로 AIIB 내 한국의 영향력은 급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AIIB는 다섯 명의 부총재가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데, 한국이 여기서 빠졌기 때문이다. 4조3000억원이란 막대한 돈을 헛되이 쏟아부은 셈이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선 사태의 책임을 돌출행동을 한 홍 부총재에게 돌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초 구조조정과 관련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비판한 홍 부총재의 언론 인터뷰가 나온 뒤 논란이 커지자 진리췬 총재가 직접 홍 부총재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안다”며 “이에 발끈한 홍 부총재가 정부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 책임은 청와대와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자질이 안 되는 인사를 산은 회장, AIIB 부총재에 연이어 앉힌 인사 실패 탓에 대우조선의 막대한 부실을 초래하고 AIIB 부총재 자리도 잃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 능력이 부족했던 홍 부총재, 사실상 손을 놔버린 정부부처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규/이태명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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