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왼쪽)과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 잔디광장에서 손을 잡고 경제 협치를 다짐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왼쪽)과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 잔디광장에서 손을 잡고 경제 협치를 다짐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 사람은 여당 국회의원, 한 사람은 야당 국회의원이지만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3선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얘기다. 김 의장은 행정고시 14회, 장 의원은 17회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등에서 함께 일했다. “니 그때 어디 근무했노”(김 의장), “같이 있었잖아요”(장 의원)라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형제처럼 보였다. 정치에 입문해 나란히 3선 의원이 된 두 사람은 20대 국회 개원 직후 의원 연구단체인 ‘경제재정연구포럼’을 결성했다. 정치 공방에 매몰되지 말고 경제부터 ‘협치’를 해 나가자는 취지에 공감한 여야 의원 76명이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두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김 의장 사무실에서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의장과 장 의원은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문제 해결엔 여야가 없다”고 뜻을 모았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 경제민주화 등에선 양보 없는 논리 대결을 벌였다.

[월요인터뷰] 김광림·장병완 "일자리·저출산 해결엔 여야가 없죠"…법인세 인상엔 시각차
▷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부장(사회)=경제재정연구포럼이 ‘협치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장병완 의원=협치가 이뤄지려면 각 당이 모든 것을 당론으로 정하는 관행부터 사라져야 합니다. 상임위원회는 제쳐놓고 지도부 차원에서 법안 처리 여부를 논의하면 안 된다는 거죠. 각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아 결론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김광림 의장=새누리당은 당론 결정을 최소화하기로 했어요. 야당이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임위에서 논의하도록 할 것입니다.

▷장 의원=3당 구조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못할 겁니다.

▷사회=여야가 당장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습니까.

▷장 의원=저출산 문제가 시한폭탄이에요. 국가가 보육만큼은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여야가 따로 없을 것입니다.

▷김 의장=기본 인식은 같습니다. 국회에도 저출산·고령화대책 특위를 설치했습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인구절벽이 오면 생산 기반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야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3당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회=3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부담·중복지’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김 의장=복지정책은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어요. 계속해서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복지를 늘리기 전에 복지 재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중복 지원하는 곳은 없는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방향에는 찬성입니다.

▷장 의원=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중부담·중복지라고 하면 복지 수준이 낮은 것으로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수준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복지를) 늘리는 것이죠. 현 조세 체계로는 당장의 복지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워요. 결국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하는데 추가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사회=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타협할 여지가 있습니까.

▷장 의원=보건의료 부문이 법에 포함되면 의료민영화가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우선 보건의료는 제외하고 통과시키자는 것이죠.

▷김 의장=서비스산업이 크게 금융, 관광, 교육, 소프트웨어, 보건의료인데 보건의료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커요. 의료민영화는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선 안 됩니다. 의료민영화를 철벽으로 막는다는 장치만 해 놓으면 절충이 되지 않을까요.

▷사회=노동개혁 4법은 어떻습니까.

▷장 의원=김대환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노사정위원회의 틀이 깨졌는데 복원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부터 먼저 통과시키고 파견근로자법은 노사정위를 복원해서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김 의장=당초 노동개혁 5법 중 기간제근로자법을 미뤄 놓았어요. 남은 4개 법 중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이에요. 파견법도 함께 처리해야 균형이 맞습니다.

▷사회=임금 격차, 양극화 문제 해법은 무엇입니까.

▷김 의장=대기업 정규직 연봉이 1억원이면 하청업체 근로자는 비슷한 일을 하고도 5000만원, 재하청 근로자는 2500만원을 받습니다. 새누리당은 상위 계층이 양보를 해서 하위 계층의 몫을 늘리는 ‘중향 평준화’를 제시했습니다.

▷장 의원=고임금 업종의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주장하면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들의 몫을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법인세 인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의장=과거 정부에서부터 법인세율은 계속 인하해 왔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34개국)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그리스 등 6개국뿐입니다.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최저한 세율’을 높여 법인세 실효세율은 높아졌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세금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경제활성화, 지하경제 양성화 등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마지막 수단으로 세율을 올려야죠.

▷장 의원=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인세를 내리고 후회했습니다. 법인세를 내린 만큼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 놓기만 했죠. 현재 복지 수준을 유지하려고만 해도 세율 조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법인세 감면을 줄이고 그 다음에 세율을 올리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사회=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의장=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인데 경제에 주는 부담을 고려했을 때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장 의원=더민주가 발의한 법안 중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은 기업 경영을 불안정하게 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미국에도 있는 제도이고 우리도 도입하려다 중단한 것이죠. 현행 상법이 달라진 경영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대우조선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장 의원=서별관회의의 형식과 장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는지에 대해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합니다.

▷김 의장=장 의원도 장관 시절 서별관회의에 참석했어요. ‘서별관’이라는 말이 오해를 낳는데 대우조선 지원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한 것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사회=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한계기업은 빨리 구조조정하고 규제를 타파해 기업이 마음껏 뛰놀게 하고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 불씨를 살리는 것이 급하므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요.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집행해야 합니다.

▷장 의원=100% 동감합니다. 다만 단계별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해야 합니다. 부동산 경기 부양에 의존한다든지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답습해서는 안 됩니다.

▷김 의장=부동산 경기 부양은 장 의원이 경제부총리를 해도 시도하지 않을까요.(웃음)

■ 김광림 새누리당 국회의원

△1948년 경북 안동 출생 △경북 안동농림고,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경희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14회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 △세명대 총장 △18·19·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 장병완 국민의당 국회의원

△1952년 전남 나주 출생 △광주제일고,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중앙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17회 △기획예산처 장관 △호남대 총장 △18·19·20대 국회의원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정리=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