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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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취임한 김인식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67·사진)은 1991년 KOICA가 설립된 이후 비외교관 출신으로는 처음 임명됐다. 그는 KOTRA 사업총괄 본부장 및 상임이사, 킨텍스 대표 등을 역임해 해외 실무와 기관 운영 능력을 두루 갖춘 적임자라는 게 발탁 배경이었다. 취임 두 달을 맞은 김 이사장은 “해외 개발협력은 단순 원조에 그치지 말고 원조를 받는 나라의 경제 부흥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국민 세금을 들여 사업을 하는 만큼 개발협력을 통한 파급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초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 △아프리카 직업기술교육 및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혁신 등 ‘개발협력 4대 구상’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국 외교정책의 우선 목표로 ‘통일과 개발협력’을 내세우면서 경제외교, 공공외교에서 개발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개발협력기관인 KOICA도 이런 추세에 맞춰 각종 해외원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개발협력이 공공외교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개발협력이 공공외교나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순기능이지 역기능은 아닙니다. 미국 공적개발원조 기구 USAID나 KOICA 모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개발원조 단계에서 끝내지 않고 국가 이미지 상승 등의 ‘후방연쇄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 5~6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수행했다. 순방 기간에는 새 원조 프로그램 ‘코리아 에이드’가 공개됐다. 특수 차량 10대를 편성해 현지 맞춤형 지원 사업을 펼치는 개발협력 사업이다. 의료, 식량, 문화 세 가지 프로그램을 주민에게 제공한다. 그는 “아프리카에선 평생 의사 한 번 못 보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병원만 덜렁 지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에선 현지 대학·병원 등과 협력해 1주일에 한 번씩 활동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코리아 에이드 팀마다 구급차 두 대가 있는데 응급 환자가 생기면 병원으로 이송해 생명을 살릴 수 있지요.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기획한 것이 아닙니다.” 김 이사장은 “내년에 아프리카 또는 동남아시아 3개국을 추가로 지정해 코리아 에이드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발협력은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OICA와 CJ제일제당은 베트남 마을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현지 지형에 적합한 품종을 골라 주민이 재배하면 CJ가 사들인다. 한국수자원공사, 영남대 등도 각자 전문분야를 살려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가나,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에는 현대·코이카 드림센터가 들어서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KOICA, 플랜코리아 등이 현지 자동차 정비 전문가와 건설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직업기술학교다. 김 이사장은 “한국 공공기관은 행정 능력이 탁월하고, 기업은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며 “공공·민간을 아울러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가치사슬 창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임기 내에 만성적인 예산·인력 부족 현상을 꼭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KOICA 해외 사무소는 파견 사무소까지 포함하면 47개다. 그러나 직원들은 89명으로 사무소당 2명이 안 된다. 그는 “한 나라당 20명 넘는 인력이 활동하는 외국 기관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며 “직원들이 통상적 업무 외에도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인력난이 심하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