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미국과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금리 하락)하면서 수익을 좇는 자금이 쏠렸고, 이로 인해 가격이 더 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한 주간 글로벌 채권펀드에 144억달러(약 16조6000억원)가 유입됐다고 시장조사업체 EPFR 자료를 인용, 10일 보도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8억달러가 미국으로 흘러갔다. 지난 3주간 10억달러가 빠져나간 유럽 채권펀드로도 26억달러가 유입됐다. 신흥국 채권펀드는 34억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반면 주식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이탈리아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40억달러가 유럽 주식펀드에서 이탈했다. 올 들어 유럽시장에서 빠져나간 주식투자금만 600억달러에 이른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와 50년 만기 스위스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미 국채수익률은 연 1.4% 밑으로 내려갔다. 미국과 유럽 회사채 시장에도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투자적격등급(Baa) 회사채 금리는 연 4.20%로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채권시장에 자금이 몰리자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이 늘었다.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정 이후 세계에서 발행된 투자등급 회사채 규모는 568억달러(약 65조7000억원)어치에 달했다. FT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