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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파주, 분단의 아픔 딛고…더 짙은 문화의 향기 품다

입력 2016-07-10 15:50:52 | 수정 2016-07-10 15:50:52 | 지면정보 2016-07-11 E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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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예술의 도시 - 파주

자연과 미술·건축이 어우러진 헤이리 예술마을
연 120만명 찾는 명소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음악과 바람의 언덕에선 평화를 염원하는
다양한 공연과 조형물 반겨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있는 바람의언덕. 한국관광공사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있는 바람의언덕. 한국관광공사 제공


임진왜란 이후 민심이 흔들리던 1612년(광해군 4년). 풍수지리가 이의신은 수도를 교하(지금의 파주시)로 옮기자는 ‘교하천도론’을 제기했다. 지세가 노쇠해진 한양에서 파주의 교하로 서울을 옮기자는 주장이었다. 비록 천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오늘날 파주는 통일한국의 중심도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화예술의 향기와 민족 분단의 가슴 아픈 현실이 교차하는 파주에서 길지(吉地)의 기운을 가슴에 담아보면 어떨까. 당일여행으로 다녀올 만한 파주의 명소를 살펴봤다.

헤이리 예술마을-경기도 대표 문화공간

헤이리에 있는 음악감상실 ‘카메라타’기사 이미지 보기

헤이리에 있는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문화와 예술의 창작, 전시, 공연, 축제, 교육 등이 한자리에서 이뤄지는 곳.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헤이리 예술마을(heyri.net)은 미술인,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위해 조성했다. 49만5867㎡ 넓이의 땅에 집과 작업실, 갤러리, 박물관, 미술관, 게스트하우스 등의 건축물이 들어섰고, 이제는 연간 120만명이 다녀가는 경기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헤이리’라는 이름은 파주 지역에서 농사지을 때 부르던 전통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것이다. 각종 미술작품이 자연과 어우러진 헤이리 예술마을은 새로운 분위기를 찾는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헤이리는 일반집보다는 예술가들이 창작공간으로 쓰거나 전시실로 활용하는 곳이 더 많아서 일반적인 마을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건축가들은 페인트를 쓰지 않고 지상 3층 높이 이상은 짓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자연과 어울리는 건물들을 설계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건물, 지형을 그대로 살려 세운 건물, 사각형이 아닌 비정형의 건물 등 다양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마을에서는 계절에 따라 국내외 유명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하거나 초청되는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린다. 헤이리마을 내 블루메미술관(bmoca.or.kr)에서는 9월18일까지 설치미술전인 ‘관찰놀이터:시크 앤 파인드’를 연다.

임진각 - 슬픔과 평화가 깃든 곳

북한 실향민을 위한 망배단기사 이미지 보기

북한 실향민을 위한 망배단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에 있는 임진각 국민관광지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7㎞ 떨어져 있다. 국토의 최북단지역으로 날씨가 좋을 때면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이곳에는 임진각을 비롯해 평화와 환경의 중요성을 전하는 경기평화센터, 북한 실향민을 위한 망배단, 미얀마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위령탑, 평화의 종, 미국군 참전기념비 등이 자리해 있다.

망배단 뒤쪽에 놓인 다리는 ‘자유의 다리’다. 1953년에 6·25전쟁 포로 1만2773명이 이 다리를 건너 귀환했다. 당시 포로들은 차량으로 경의선 철교까지 이동한 뒤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왔다. 임시로 설치한 다리지만 ‘자유로의 귀환’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 6·25전쟁의 대표적 유산으로 꼽힌다.

2005년에 완공한 평화누리공원은 임진각이 지닌 분단과 냉전의 상징적 이미지를 평화와 희망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조성됐다. 임진각 국민관광지가 내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것은 평화누리공원의 공이 크다.

공원은 크게 음악의 언덕과 바람의 언덕으로 나뉜다. 음악의 언덕에는 약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잔디광장과 수상 야외공연장이 있다.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대륙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거인 모양의 독특한 조형물 사이를 지나면 바람의 언덕에 닿는다. 3000여개 바람개비가 장관을 이루는 곳. 어울못이라 불리는 긴 연못 위에는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수상카페 ‘안녕’이 있다. 임진각 관광안내소 (031)953-4744

황희 정승의 흔적이 남은 반구정

황희 정승이 머물던 반구정기사 이미지 보기

황희 정승이 머물던 반구정

임진각까지 왔다면 비무장지대(DMZ)도 함께 들러보자.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씩 모두 4㎞의 비무장지대가 설정됐다. 정전 협정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이곳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생태자원의 보고다. 민간인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으며, 임진각 또는 임진강역에서 운영하는 연계관광코스를 이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임진강을 따라가면 하류에 세워진 반구정(伴鷗亭)에 닿는다. 문산읍 사목리에 있는 반구정은 명재상 황희 정승(1363~1452)이 말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 삼아 지내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임진강과 달리 넘을 수 없는 분단의 현실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황희 정승유적지에는 반구정을 비롯해 방촌영당, 경모재, 앙지대 등이 있다. 한편 황희 정승 묘는 반구정에서 자유로를 타고 서울 방면으로 약 9.3㎞ 떨어진 탄현면 금순리에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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