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해고 등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완화할수록 정규직 고용이 오히려 촉진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스페인 등 3개국을 분석한 결과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단기적인 ‘고용 손실’이 있지만 3년째부터는 고용률이 회복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과 슬로베니아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노동개혁을 단행했는데 실업률이 2년여 동안 0.08%포인트(스페인), 0.55%포인트(슬로베니아)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개혁 단행 2년 후에는 고용창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신규고용 가운데 정규직 비중이 스페인이 3.1%포인트, 슬로베니아는 10.8%포인트나 증가했다. 에스토니아는 2009년 노동개혁 당시 63.8%였던 고용률이 지난해에는 71.9%로 치솟았다. 정규직을 뽑거나 해고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들 3개국은 정규직 해고 비용을 줄이거나 파견을 확대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과 함께 법인세·소득세·최저임금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OECD 보고서를 보면 사실상 실패한 국내 노동개혁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쉬운 해고’로 몰아세우고 정부는 합의에만 매달려 끌려다니다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청년실업률 9.7%, 고용률 61.0%(2016년 5월)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등 3개국 노동개혁의 공통점은 모두 경기침체기에 단행됐다는 것이다. 어려운 때를 맞아야 비로소 개혁할 생각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정규직 과보호는 비정규직을 늘리지만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면 정규직 고용이 늘어난다는 게 이들 국가의 교훈이다. 지금 우리 상황이 개혁 전의 이들 국가와 다르지 않다. 노동개혁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