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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건설노조 서울광장 '술판 시위'…"사회적 손실 수백억"

입력 2016-07-09 09:05:00 | 수정 2016-07-09 09:05:00 | 지면정보 2016-07-09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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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종일 '교통지옥'
차선 점거·흡연…무질서
전국 기동대 절반 116개 출동…인근 식당 예약 취소로 몸살

기업도 집회 신고로 '골머리'
본사 앞 시위로 이미지 먹칠…여론의식, 적극대응도 못해
지난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시위 도중 술판을 벌이고 있다. 박상용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시위 도중 술판을 벌이고 있다. 박상용 기자


지난 6일 오후 4시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원 2만4000명(신고 인원, 경찰 추산 1만4000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앞서 오후 1시부터 독립문공원, 서울역광장, 마로니에공원, 동대문역사공원 등에서 5000명씩 모인 뒤 고용환경 개선을 외치며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총파업 집회에 참가한 건설노조와 ‘숨바꼭질’을 했다. 서울시내 주요 도로 78곳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해 시위대의 덤프트럭, 굴착기 등 60여대 이동을 차단했다. 기동대와 교통전담 중대 등 전국 경찰 기동부대의 절반가량인 116개 부대가 동원됐다. 투입된 경찰 인력만 9280명.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속에 이날 퇴근길 서울 도심은 예상대로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전국에서 몰려온 조합원 전세버스와 경찰버스가 뒤엉켜 서울광장 인근 4차선 중 세 개 차선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 건설노조 집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어림잡아 수백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경찰력 투입이나 교통 마비 등이 가져온 비용뿐이 아니다. 서울시청 인근 음식점은 예약 취소로 몸살을 앓았다. 각종 집회와 시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방어집회에 유령집회까지

이날 오후 8시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기업 본사 앞에서도 특이한 집회가 열렸다. 남성 10여명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선진 집회 문화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었다.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다. 하청업체 노조가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려고 하자 ‘선진 집회 문화를 열자’는 취지의 방어 집회를 한 것이다. 이들은 서초경찰서에 본사 앞 집회 신고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집회 신고는 지역 관할 경찰서에서 받는데, 같은 장소나 시간에 집회 신고가 들어올 경우 먼저 신고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

글로벌 기업들은 본사 앞에 집중되는 집회 신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본사 앞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를 방치하면 회사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자칫 비난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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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장소에 대한 집회 신고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유령 집회’가 비정상적으로 많다.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집회 시위(140만3916회) 중 실제로 열린 집회는 1만311회(약 0.7%)에 그쳤다. 집회 개최율은 지난 5년간 0.7~0.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유령 집회를 줄이기 위해 올해 초 △철회 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시 과태료 100만원 부과(2017년부터) 등이 추가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둘러싼 행정력 낭비 등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집시법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많다 보니 경찰도 원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집회 참가자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집시법, 원칙 없는 집행

집회의 자유는 전통적인 자유권의 하나다.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집시법은 헌법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안고 있다.

일선 경찰서장은 매번 관할 구역에서 집회 허가 여부부터 현장 대응 수준까지 결정해야 한다. 집시법 제12조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은 심각한 교통 불편이 우려될 경우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서울광장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장이 지난 6일 건설노조 총파업 집회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게 경찰들의 설명이다. 한 경찰서장은 “도로 행진으로 교통 대란이 뻔하게 예상되더라도 집회나 시위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한다면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위나 집회가 금지된 장소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 홀로그램 집회 등 변칙적인 집회가 열리고 있다”며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은 장소와 시간의 규제를 받지 않아 경찰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시법은 20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란 예상이다. 집시법 제11조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어서다.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화 집회에 한해서는 장소에 대한 제한 없이 허용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는 100m 규제가 없다”며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전까지 시민단체, 학계 등과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경찰서장은 “집회를 열 수 있는 자유는 지켜져야 하지만 한국의 집회 문화를 감안할 때 100m 제한 규정마저 없어지면 일대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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