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은 한·중 경제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대(對)중국 무역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중국과 공동 대응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드 한반도 배치 확정] 한·중 교역 냉기류…"비관세 장벽 높아질 가능성"
통상 당국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현재로선 특이동향은 없다”면서도 “예상되는 중국의 조치가 무엇이 있을지 검토해보고 통상채널도 점검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친(親)중 외교 노선을 바탕으로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도 밀월관계를 형성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과거 10년을 끌어오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드 배치를 계기로 양국 외교 관계가 급랭하면 경제에도 부정적 파장이 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최악의 경우 중국이 비관세 장벽 등을 내세워 보복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0년 한국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으로 올리자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010년에는 노르웨이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고, 2년 뒤에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의 상대국인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로 대응한 바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는 외교 관계의 큰 틀 아래에서 나머지 경제·통상 문제를 조정해온 경우가 많았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 등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으며 각종 허가 및 투자 관련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도 사드 배치가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의류 등 ‘중국 효과’를 누린 업체들의 걱정이 크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인증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터지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달 한·중 총리회담에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사드 배치로 배터리 인증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