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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박웅현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자신만의 뇌관을 찾아라"

입력 2016-07-08 18:40:39 | 수정 2016-07-09 21:50:58 | 지면정보 2016-07-09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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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 이단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박웅현 TBWA코리아 대표

마음속에 사표 품고 다닌 '벙어리 3년'
10년 바라본 신문, 시험 떨어져 광고로
동료들 마케팅책 볼 때 동양철학에 빠져
이유 따져묻자 "방해된다" 질책만 받아

'자전거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등 성공
기록하는 재주…임원 인정받아 '인생 반전'
'괴팍' 소문 디자이너 동료 만나 찰떡궁합

대학생 '망치 프로젝트' 운영
TBWA 멘토 9명과 6개월 교육후 발표
자신의 재능 찾는 창의력 개발 수업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989년. 제일기획 입사 3년차인 박웅현 사원은 자신을 ‘벙어리’라고 생각했다. 회의실에만 들어가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쟨 뭐하는 애인가’ 하고 쳐다보는 것 같았다. 입사 초기에 그는 청개구리였다. 남들이 마케팅 이론서를 읽을 때 그는 동양철학 책에 고개를 파묻었다. 사고방식도 다른 광고인과 달랐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동료들은 항상 이유를 따져묻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회의에 방해만 된다”는 얘기를 들은 뒤 박 사원은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았다.

‘회의실 벙어리’에서 ‘광고계 스타’로

마음속에 항상 사표를 품고 다니던 박 사원이 ‘광고계의 스타’로 불리는 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54)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빈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사람을 향합니다’(SK텔레콤) ‘세상의 모든 지식’(네이버) ‘생각이 에너지다’(SK이노베이션) ‘진심이 짓는다’(대림산업).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카피(광고문구)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고 때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를 지난 7일 서울 신사동 TBWA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흉기 전문’이라고 소개했다. 도끼, 폭탄, 망치를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책은 도끼다》《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2014년부터는 대학생 스피치 프로젝트인 ‘망치’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멘토링을 통해 자기 재능과 아이디어를 발굴한 뒤 자신만의 이야기를 청중 앞에서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나 자신을 깨뜨린다’는 의미에서 망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식강연회 테드(TED)의 ‘미생 버전’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기회를 잡으려면 스스로 준비돼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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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누구나 잠재력이 있기에 사람은 폭탄”이라고 말하며 “뇌관(재능)이 발견되기만 하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박 대표는 자신이 잠재력을 폭발시킨 과정을 예로 들었다.

박 대표가 1987년 광고회사에 들어간 것은 언론사 공개채용 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원래 나의 ‘뇌관’이 신문기사 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글 재주가 있었다. 고등학교 신문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신문에 관심이 생겼다. 고려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학보사에 들어가 편집국장을 맡기까지 10년 동안 신문만 바라본 그였다. 학창시절 그의 옆구리에는 늘 원고지가 함께했다. 취업 후에도 언론직에 미련이 남았다. 익숙한 신문에 비해 광고회사의 작업 방식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회의에서 발제를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자발적으로 회의록을 정리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회의록을 복사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이 모습을 지켜본 오영곤 당시 제일기획 이사가 박 대표의 재능을 알아봤다. 회의록에서 요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놓은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참석하는 회의마다 박 대표를 데리고 다니면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박 대표를 칭찬했다. 평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네가 박웅현이냐”며 말을 걸어오는 상사들이 생겼다. 그들은 카피를 써보라며 일을 맡겼다.

때마침 좋은 동료도 만났다. 이상오 디자이너다. 당시 회사에서는 이 디자이너의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막상 만나 보니 죽이 잘 맞았다. 둘은 드림팀이 됐다. 박 대표가 카피를 쓰면 이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그해 제일기획 우수 광고로 뽑힌 12편 중 7편이 박 대표와 이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이었다. 그중에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는 빈폴 광고도 있었다.

박 대표는 “내 재능을 알아본 사람,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나타난 것이 광고 인생을 뒤바꾼 기회였다”며 “만일 회의 시간에 발제하기 어렵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었거나, 괴팍하다는 소문만 듣고 이 디자이너와 일하지 않았다면 나의 잠재력이 폭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기만의 콘텐츠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책 읽고 영화 보며 자기 색깔 찾기

“자기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가 권하는 방법은 별스럽지 않았다. 좋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망치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은 자신의 배경, 취향, 취미 등을 얘기하고 박 대표 등 9명의 멘토에게서 책, 음악, 영화 등을 추천받는다.

박 대표 자신이 독서광(狂)이다. 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듯 사무실 한 쪽에 있는 목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노트 수십권이 들어 있었다. 한 권을 꺼내 펼쳐 보였다. ‘모두 거짓이었다 하고 봄은 달아나버렸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는 “다네다 산토카의 시”라며 “읽다가 감동받아 기록해뒀다”고 했다. 박 대표만의 오랜 독서 습관이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은 연필로 줄을 치고, 컴퓨터로 타이핑해 출력해서 보고, 노트에도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총 세 번 읽게 된다. 책을 읽고 곱씹은 뒤 감명받은 점과 이유를 얘기하다 보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망치 프로젝트도 이런 방식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재능을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다. “책 읽고 생각하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막 생겨요. 우리만 듣기엔 아까운 얘기도 많고요. 그래서 망치 스피치로 사람들과 공유하죠.”

박 대표는 ‘눈 먼 여행자’라는 스피치를 소개했다. 한 대학생이 유럽여행에서 느낀 점을 풀어낸 내용이었다. 그 학생은 블로그 등에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맛집, 여행지 등을 검색한 뒤 그대로 따라다녔더니 ‘나의 눈’이 아니라 ‘남의 눈’을 달고 여행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와 수많은 여행 전문 채널, 블로거들이 눈을 뺏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본다면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 학생이 던진 메시지였다.

“회의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야 좋은 아이디어 나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과 기성세대도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광고 일을 29년째 하면서 배운 것은 창의력이 점점 커 나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도 책과 예술을 접하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재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회의도 구성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효과적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회의를 시작할 때 질문을 던진다. “곡성 봤어? 재밌었어?” 하는 식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가 될 만한 재료들이 나온다. 조금씩 키워 나가면서 아이디어를 완성한다. SK텔레콤 광고 ‘현대 생활백서’도 그렇게 나왔다. “‘학교생활 대백과’라는 책이 있더라”는 한 카피라이터의 말이 단초가 됐다. 또 다른 카피라이터가 “그럼 우리 휴대폰으로 그걸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기획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기발한 생각은 ‘아이디어 내봐’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농담과 대화를 나누다가 발견되는 것”이라며 “회의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다.

■ 망치 프로젝트는…
자신만의 경험 발표하는 대학생 스피치 프로그램
어른들에게도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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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인 ‘주니어보드’가 망치 프로젝트의 모태다. 2013년 주니어보드 10주년을 기념해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했다.

주니어보드로 뽑힌 15명의 대학생은 6개월 동안 박웅현 대표를 비롯해 TBWA 광고인 멘토 9명에게 교육을 받는다. 주로 자신의 재능을 찾고 창의력을 개발하는 수업이다. 교육 과정이 끝나면 이들은 7분 동안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용기가 필요한 고백, 맹랑한 의견 등 자신만의 경험이 녹아 있는 얘기로 청중의 마음을 얻는 것이 이 ‘망치 스피치’의 목표다. 매년 2회 전국 대학교를 순회하며 망치 스피치를 개최한다. 다음 망치 스피치는 오는 9월10일 한국외국어대 사이버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박 대표는 앞으로 망치 프로젝트 대상을 일반인으로 넓힐 생각이다. 작년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일반인이 망치 프로젝트를 체험하는 행사인 ‘망치 플러스’를 연 적이 있다. 뜻이 맞는 지방자치단체나 기업과 연계해 ‘어른들의 망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껏 기성세대에게 앞만 보고 달리라고 했지만 옆도 보고 뒤도 돌아봐야 자신을 알게 된다”며 “자신을 돌아보면 선박의 균형을 잡는 평형수처럼 삶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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