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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소크라테스가 불멸의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입력 2016-07-08 16:36:39 | 수정 2016-07-08 16:36:39 | 지면정보 2016-07-11 S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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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소크라테스가 불멸의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반골[反骨] 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된 선거가 많은 듯하다. 국내에서는 총선이 진행되었고, 해외에서는 브렉시트가 투표로 결정된 한 해였다. 매년 선거가 있는 해가 되면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으레 무엇에 투표할지를 결정하는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동일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개인 차원에서 결정할 때와 집단에 소속하여 결정할 때 전혀 다른 행태가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집단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면 일명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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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극화란 토론 전에는 집단 구성원이 위험에 대해 비슷한 성향을 보였던 것이 토론 후에는 극단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토론 전에는 위험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던 사람들이 토론 후에는 극단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선호하거나 크게 위험한 상태를 선호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집단극화가 유발된 것이다.

개인이 혼자서 의사결정할 때와는 달리 집단이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왜 이 같은 현상이 유발될까?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집단 속에서 의사결정할 경우 위험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집단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익명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책임이 상대적으로 분산되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실패하더라도 전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모험적인 선택을 과감히 택하게 된다. 집단극화가 유발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집단 구성원의 전반적인 내용에 동조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개인이 집단에 소속되고 나면 돌출 행동으로 집단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집단의 일원으로서 동조하고 이 과정에서 인정받으려는 성향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집단의 전반적인 결정 내용에 따르려는 경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극화 현상이 유발되면 결국 해당 집단은 잘못된 결론에 이르러 낭패를 보기 쉽다. 잘못된 국가 지도자를 선택할 수도 있고, 회사 부서 내부의 결정을 그르칠 수 있으며, 가족회의 결과가 잘못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집단극화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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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극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의미한 방법론 중 하나로 집단 내부에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를 두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악마의 변호사란 집단 내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집단 내부의 특정 사람이 악역을 담당하여 집단 내부에서 형성된 지배적인 의견에 대해 고의적으로 계속해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억지를 부리거나 투정을 부리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나름의 논리성과 객관성을 갖춘 반대 논리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집단은 이전에 놓친 사항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으며, 상황에 대해 보다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토론의 유용함을 처음 깨달은 사람은 다름 아닌 소크라테스다. 여타 다른 철학자와 달리 그는 자신의 사상을 담은 단 한 편의 저작물도 남긴 적이 없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는 단 한 줄의 글도 남긴 적이 없는 철학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는 서구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사고 체계를 제시한 철학자로 자리매김하여 오늘날까지 영속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사실 속에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오늘날의 영광은 철저히 토론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과 그의 토론 방식에 남다른 혜안을 이끌어내는 노하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대화만으로 이 같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근원적인 원동력은 그의 반골 기질에 있다. 그는 한때 아테네 입법총회의 의원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법안이 있으면 항상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일례로 기원전 404년에는 무고한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을 30명의 심판자가 체포하라고 명령하는 장면을 보고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아테네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아마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후에도 소크라테스의 반골 기질은 멈출 줄 몰랐다. 그는 다양한 안건에 대해 부당하다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반대하였고, 이로 인해 ‘청소년 유혹죄’ 및 ‘신성모독죄’로 고소당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재판 결과 유죄로 판결되면 형벌의 종류와 형량은 범죄자 스스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대부분은 고액이라 하더라도 벌금형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벌금을 낼 생각이 없으며, 자신의 반대 주장으로 인해 아테네 시민이 보다 균형감 있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으니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뷔페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소크라테스의 답변 속에서 우리는 그가 그토록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에 집착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반대 의견을 통해서 재판부를 비롯해 아테네 시민들도 해당 사안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평소 아테네에서 현명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진리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때도 그가 선택한 방식은 진리를 전달해 주는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거나 거부하면서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질문에 적절히 대답해 줄 수 있는지 그렇지 못하는지를 통해서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진리가 아닌지 선별한 것이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학습법을 곁에서 지켜봐 온 그의 제자 플라톤은 반론이나 질문과 같은 대화가 답을 도출하는 데 유용한 방식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스승이 대화를 통해 도출해낸 다양한 진리를 ‘대화’ 형식 그대로 기술하여 ‘향연’이라는 서적에 기록해 두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어찌 보면 인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소크라테스가 2000년 이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가 의사결정을 안정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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