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증가율에서 기업이 가계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은행의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기업의 순자산 증가율은 2.2%로 가계(6.1%)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의 순자산 증가율이 가계를 앞지른 것은 2011년과 2014년 두 해에 불과했다고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여기서 인용된 기업의 순자산은 정치권에서 툭하면 문제삼는 사내유보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기업의 순자산 비중이 가계보다 낮다는 점이다. 가계가 58.1%인 데 비해 기업은 14.6%(비금융기업은 11.9%)다. 이는 기업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특성상 가계보다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총자산에서 현금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가계가 17.9%로, 비금융기업(9.5%)보다 훨씬 높은 것도 이상할 게 없다. 기업은 건설·설비·재고·지식재산권 등의 자산이 현금성 자산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아직 기업의 순자산, 곧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오해와 억측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이 급증했는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모두 기업 유보금을 마치 기업이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현금인 양 오인하기 때문이다. 이런 ‘금고에 쌓아둔 현금’이란 것은 현금성 자산을 뜻하는 것이며, 기업 유보금은 이미 85% 정도가 공장 기계 설비 토지 재고 등에 투자된 것이어서 기존 공장을 허물고 다시 공장을 지으라는 식이 된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와도 좀처럼 바뀌는 게 없다. 20대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전경련이 이번에 기초회계 해설 같은 자료까지 냈겠는가.

회계상의 용어인 기업 유보금을 아직도 모른다면 문제지만 알고서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란 것을 만들어 시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업 유보금이란 말을 아예 없애거나 다른 말로 바꾸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란이 끝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