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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1만 시간' 연습하면 달인 된다?…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

입력 2016-07-07 17:44:10 | 수정 2016-07-08 05:35:37 | 지면정보 2016-07-08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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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 로버트 풀 지음 / 강혜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416쪽 / 1만6000원

'1만시간 법칙'의 오해와 진실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가 관건
익숙한 '컴포트 존' 서 벗어나 작은 변화를 목표 삼아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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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는 1993년 독일 베를린음악학교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최우수’ 연주자 그룹은 ‘양호’나 ‘우수’ 그룹보다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20세까지 이들이 혼자 연습한 시간은 평균 1만 시간을 넘었다.

이 연구내용은 말콤 글래드웰이 2008년 출간한 《아웃라이어》에서 인용하고 나서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글래드웰은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구호를 제시한다. 바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대략 1만 시간의 연습을 하지 않고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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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통하는 마법의 주문처럼 전파된 이 법칙은 한쪽에서는 성공의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다른 한쪽에선 조롱의 대상이 됐다. ‘나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만 시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너무 힘드니까 그만두라’는 포기 신호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다. 스콧 애덤스의 풍자만화 ‘딜포트’의 독퍼트는 이렇게 비꼬았다. “같은 일을 1만 시간 동안 연습하겠다는 자체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의미겠지.”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을 안기기도 한다.

‘1만 시간’ 개념 창시자인 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의 오류와 잘못된 해석을 지적하며 인간의 적응력과 성취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저자는 심리학 분야에서 처음 전문성을 주제로 연구한 선구자며 이 분야 연구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30여년간 연주자, 운동선수, 체스 기사, 의사, 영업사원,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이는 비범한 사람들의 심리와 신체, 신경구조, 수행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1만 시간이란 숫자에는 특별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1만 시간’은 글래드웰이 임의로 편집한 것이다. 논문은 18세까지는 평균 7400시간, 20세까지 1만 시간의 연습을 언급했는데 글래드웰은 딱 떨어지는 ‘1만’을 택했다. 연주자가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30세 무렵까지는 2만~2만5000시간을 연습에 투자했을 것이다. 1만 시간은 거기로 가는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또 연습에 필요한 시간은 분야마다 다르다. 스티브 팰룬은 200시간 연습한 뒤 숫자 암기에서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1만 시간 법칙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글래드웰도 지적했듯 이 법칙을 ‘특정 분야에서 1만 시간을 보내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약속으로 해석해 버린다는 것이다. 연주, 체스, 학문 연구, 발레 등 잘 다져진 역사가 있는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1만 시간은 아닐지 몰라도 오랜 시간에 걸친 엄청난 양의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자신의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이나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체계적인 훈련 등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력을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건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에 달려 있다.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30여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자가 제시하는 답은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설계하고 계획한 연습, 즉 ‘의식적인 연습’이다.

저자는 의식적인 연습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핵심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상황인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 기계적으로 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발전이 멈춘다. 컴포트 존에 머물러 단순 반복하는 연습을 하면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30년 동안 같은 곡을 같은 방법으로 연주하는 것은 실력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정체시킨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일반적인 향상’이 아니라 컴포트 존에서 약간 벗어나 단계적이면서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목표로 하는 연습을 집중해서 해야 한다. 피드백과 이를 통한 수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자는 이런 의식적인 연습이 전문 분야뿐 아니라 조직의 직원 수행 능력이나 개인의 실력 향상, 교육의 효율성 제고 등에 폭넓게 활용돼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는 “미래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학생과 성인 모두에게 의식적인 연습의 원칙에 근거해 효율적으로 배우는 법을 가르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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