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프랑스 문화 몰랐던 중국인 "면박 주고선 왜 칭찬하지?"
로레알 상하이 지사의 중국인 마케팅 관리자 셴이 프랑스 본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의 주장은 분명했고, 준비 자료는 완벽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인 동료들의 반박에 깜짝 놀랐다. 한 사람의 질문에 답변을 하자마자 곧바로 다른 사람이 이의 제기를 했다. 질문과 이의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셴은 동료들의 ‘공격’에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정심을 잃고 거의 울 지경이 돼서야 간신히 회의를 마쳤다. 그는 황급히 회의장을 빠져나가다가 또 한번 놀랐다. 방금까지 면박을 주던 동료들이 앞다퉈 “훌륭하다”며 칭찬의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쯔(面子)’란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말하기보단 조직 구성원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집단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법을 가르친다. 반박과 지적을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에린 메이어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 교수는《컬처 맵》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문화적 차이로 빚어지는 의사소통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은 앵글로색슨 문화권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주장이나 의견을 먼저 제시하고 나중에 설명이나 이론을 추가해야 한다.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 대륙문화권 사람들은 의견 제시에 앞서 이론이나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도록 훈련받는다.

문화는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부정적인 비판과 관련해 미국인은 유럽인보다 덜 직접적이다. 유럽인은 긍정적인 메시지로 부정적 비판을 완화하는 미국인의 모습에 놀란다. 하지만 일본인과 중국인이 보기엔 유럽인이나 미국인이나 지나치게 단호하고 가혹하리만치 솔직하다.

의사결정 과정도 각양각색이다. 미국은 평등한 조직문화가 있지만 하향적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반면 강력한 수직적 문화를 가진 일본에선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저자는 “세계 고객이나 동료들과 효율적으로 협력하려면 문화적 차이를 해석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문화적 배경 지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