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수능·학력고사 암기 위주 탈피, 창의력·융합적 사고 인재 발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흙수저는 발만 동동’ 같은 자극적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학종이 왜 필요한 것일까.

학종이 등장한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언뜻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학종 이전의 전형들은 ‘주어진 지식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외울 수 있는가’를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오고, 그런 기술을 통해 선두주자 따라잡기를 할 때는 이런 유형의 인재가 필요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휴대폰시장도 우리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추격 경제의 시대는 끝났다.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가야 할 인재가 필요하다. 협력과 창의력, 융합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부품 하나 생산하지 않고 오로지 조립과 소프트웨어만으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을 만든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 말이다.

수능이나 학력고사 같은 방식 대신 학종으로 선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업능력 자체가 아니라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보자는 의도다. 암기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능력과 가치를 겸비할 수 있는 학생을 뽑자는 취지다. 학종은 어느 한 사람이나 집단이 아닌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 제도다.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시험 범위와 평가 방식을 준비하듯이 학종의 평가 방식에도 학습이 필요하다. 학종에서는 정성평가 방식을 통해 학생을 평가한다. 정량(定量)의 반대말이다. 90점이라고 한다면 정량평가에서는 90이라는 숫자에 주목한다. 정성평가는 90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어떻게 90점을 맞았을까, 다른 과목은 몇 점일까 등 90이란 숫자 뒤에 숨은 여러 가지 사실에 주목하는 식이다.

학종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평가자인 대학은 어떤 가치를 뽑고 싶어 하는가. 둘째, 나는 어떤 가치를 어떤 경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대학에서 ‘나눌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면 교내 봉사활동이나 학급 반장 경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보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나만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준규 열람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