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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CEO & Issue focus] 거대 기업 안에 스타트업을 키우려면

입력 2016-07-07 16:33:06 | 수정 2016-07-07 16:33:06 | 지면정보 2016-07-08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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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ingo@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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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기계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조직된 암호해독팀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다. 컴퓨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완벽한 암호해독 기계를 만들어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튜링은 상명하복의 경직된 군대 조직 속에서 어떻게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300개가 넘는 소규모 별동 조직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운영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말해주듯 최근 거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창의적이고 민첩한 조직을 내부에 운영하고 싶어한다. 튜링의 암호해독팀을 통해 거대 기업이 스타트업을 키워내려면 생각해봐야 할 포인트를 살펴보자.

첫째, 목적에 꼭 맞는 리더 선임이다. 처음에는 팀원으로 참여했던 튜링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도 수용하지도 못하는 리더에 실망한 나머지 당시 총리이던 처칠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튜링의 천재성을 단박에 알아본 처칠은 즉각 팀 리더로 발탁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창의성과 집요함이라는 덕목을 갖춘 리더라면 오히려 이런 리더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팀원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조직은 다양한 팀원을 공정하게 잘 관리하는 전통적 리더십보다 기발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팀원에게 인정받는 리더십이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개인 역량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튜링은 리더가 되자마자 방금 전까지 리더였던 이를 포함해 미션 수행에 맞지 않는 팀원을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그리고 자신이 낸 퍼즐 문제를 가장 빨리 푼 여성을 핵심 팀원으로 뽑는다. 결국 그녀가 미션 완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을 키울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은 육성이 아닌 채용에 집중해야 한다. 구글의 기술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앨런 유스터스는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갖는 가치는 평균적인 기술자의 300배에 가깝다”고 말한다. 채용에 더 투자하는 것이 채용과 육성에 리소스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셋째, 조직은 역할 구분이 따로 없는 책임완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스타트업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구명보트와 같다. 문제가 생겨도 서로 책임을 논할 여유가 없다. 누구라도 사업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부서 또는 개인의 책임 범위를 따지는 식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튜링이 암호 해독의 열쇠가 되는 단어를 찾아냈을 때, 모든 팀원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대화도 필요 없을 정도로 하나가 돼 있었다.

넷째, 동기 부여 방식도 달라야 한다. 암호해독팀은 전쟁의 승리라는 단 하나의 동기로 뭉쳐 있었다. 스타트업의 진정한 열정과 몰입은 승진과 보상 이전에 담당 아이템으로 성공적인 사업 책임자가 될 수 있다는 비전에서 나온다. 스타트업 직원은 모두가 고성과자이거나 아니면 전부 저성과자다. 중간이 있을 수 없다. 애플이나 구글에서 다수의 중간층이 언제나 존재하는 정규분포 대신 중간층이 없는 ‘멱함수 법칙(power law)’을 평가에 활용하는 것도 이런 특성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란제이 굴라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1차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2차, 3차로 성공을 이어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를 파헤치고 전문적 역할 규정의 미흡, 새로운 관리체계 도입 지연, 체계적인 기획과 예측 시스템 미비, 열정적인 벤처문화 소실 등 네 가지를 지적했다. 굴라티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스타트업은 대기업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벤처문화를 제외한 세 가지 조건은 대기업이라면 이미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와 지시, 잦은 도전이 일상화된 대기업 안에서 스타트업 조직이 성과를 내려면 의도된 방임과 인내의 관리가 필수다. 튜링의 암호해독팀도 조바심이 난 직속상관의 간섭으로 도중에 좌초할 뻔하기도 했다. 리더십 유형, 인재관, 일하는 방식과 동기 부여에서 기존 대기업과 다른 차원의 관리 방식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느냐에 거대 기업 내 스타트업의 성공이 달렸다.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ingo@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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