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참전을 결정한 당시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을 비롯해 부시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들을 지지해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이 같은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문서가 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끈 존 칠콧 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12권짜리 260만 단어로 이뤄진 최종보고서 공개와 동시에 연 기자회견에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002년 6월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메모에서 "무 슨 일이든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블레어의 후임인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 의해 2009년 6월 설립된 진상조사위는 7년 만에 '칠콧 보고서'로 불리는 공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영국은 2003년 3월~2011년 12월까지 이어진 이라크전에 초기 6년간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전쟁 기간 영국군 179명이 전사했다.

원로정치인 칠콧 위원장과 5명의 위원이 참여한 조사위는 참전 이전인 2001년부터 2009년까지를 기간으로 정부문서 15만건을 분석하고 블레어를 비롯해 120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조사 비용에 1000만파운드(약 150억원)가 들었다. 진상조사위 가동은 이라크전 참전의 과오를 밝히고 역사의 교훈을 삼자는 취지였다.

영국에서 이라크전 개입은 1956년 제2차 중동전쟁 이후 최악의 외교정책 실패로 간주된다.

칠콧 위원장은 전쟁 명분이었던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WND)와 관련해 "WMD 위협의 정도에 대한 판단들은 정당화되지 않은 확실성과 함께 제시됐다"며 "이라크 정책은 잘못된 정보 판단들에 기반해 결정됐다"고 결론지었다.

미·영은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WMD를 개발했다는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으나 그런 무기는 결국 확인되지 않았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