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는 파주출판단지 도서관 ‘지혜의 숲’. 한경DB
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는 파주출판단지 도서관 ‘지혜의 숲’. 한경DB
지난 1일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자유로를 50분 가량 달리다 보니 야트막한 구릉 사이에 자리잡은 넓은 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공장이 빼곡히 들어선 일반산업단지와 달리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곳곳에 보였다. 책이 가득한 도서관에서는 방문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곳은 경기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파주출판단지).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활자로 인쇄하고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과정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한국 출판산업의 중심지다.

파주출판단지는 1989년 출판유통구조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모여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출판산업은 책 기획부터 인쇄, 판매, 유통, 홍보 등이 제각각 다른 곳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져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파주시의 설명이다. 출판산업 현대화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1997년 이곳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했다.

파주출판단지는 2001년 첫 삽을 떴다. 2007년까지 이뤄진 1단계 사업을 통해 87만4042㎡ 부지에 출판업체 200곳이 입주했다. 출판업체와 함께 인쇄·유통업체 130곳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파주시에 따르면 국내 출판물의 40%가량이 파주출판단지를 거친다. 작은 책방과 도서관, 갤러리 등도 곳곳에 조성되면서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68만7896㎡ 부지에 2단계 출판단지 조성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 연말 마무리되는 2단계 사업의 핵심은 출판을 넘어 영상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것. 영화 및 영상물 제작시설인 스튜디오와 특수효과 전문회사, 각종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등이 잇달아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입주 예정 기업 122곳 중 42곳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기업이 모두 들어오면 파주출판단지는 연매출 3조3000억원에 고용 인원이 2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종합문화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재홍 파주시장은 “파주출판단지를 다양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곳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영국의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Hay on Wye)나 네덜란드의 책마을 브레더보르트(Bredevoort)처럼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파주=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