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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담합' 물증도 없이…4년간 은행 발목 잡은 공정위

입력 2016-07-06 18:21:00 | 수정 2016-07-07 03:16:31 | 지면정보 2016-07-07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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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로 결론 난 'CD금리 담합'
지난달 22일 공정위 전원회의 8시간 공방전

'선공' 퍼부은 은행
금리담합으로 얻는 이익 없고 '채팅방'은 다른 직원들도 사용

공정위, 항변은 했지만
'CD금리 낮아지면 수익 준다' 은행 내부자료 공개하며 역공

결국 무혐의 결론
'경쟁제한성' 입증 못해
상임·비상임위원 심리 후 은행 주장에 무게 실려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 심의에서 공정위 관계자들이 은행 측의 CD금리 담합 관련 소명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 심의에서 공정위 관계자들이 은행 측의 CD금리 담합 관련 소명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6개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 관련 최종 심판(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이 열린 지난 6월22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3층 심판정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오른쪽에는 혐의를 공격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들이 자리했고, 왼쪽에는 이를 방어할 은행 부행장들과 법무대리인 등 26명이 앉았다. 양측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2시13분께 공정위 상임·비상임 위원 7명이 입장했다.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회의를 속개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탕탕탕’ 소리와 함께 시작된 은행과 공정위의 피 말리는 논리 공방은 8시간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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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공정위 허점 조목조목 반박

은행들의 선공으로 싸움이 시작됐다. 공정위는 미리 송부한 심사보고서를 통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6개 은행이 CD를 전일 금융투자협회 고시 CD 금리로 발행(일명 ‘PAR 발행’으로 불림)하기로 담합했다’고 적시했다. 근거로는 △6개 은행의 PAR 발행 비율이 2007~2008년 46%에서 2009년 이후 89%로 상승한 것 △은행 직원들이 메신저 채팅방에서 ‘금리가 올라서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눈 것 △은행 직원들이 금투협 전일 고시 CD 금리를 결정하는 증권사 직원들을 압박한 것 △CD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로 담합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많이 거둘 수 있는 것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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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법무대리인들은 발언 기회를 얻기가 무섭게 “심사관(공정위 조사공무원)의 주장엔 논리적 문제점이 있다” “공정위의 입증 진술이나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등 심사보고서 논리에 허점이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첫 변론을 시작한 국민은행의 법무대리인은 △은행들이 증권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점 △은행들이 금투협 전일 고시 금리 말고 다른 금리도 참고한다는 점 △CD 금리를 담합했다고 해도 이익이 없는 점 등을 역설했다. 두 번째 변론 기회를 얻은 농협 법무대리인은 “채팅방은 CD 담당자가 아닌 직원도 있는 ‘오픈된 공간’인 데 어떻게 담합이 가능하겠느냐”며 채팅방 대화가 증거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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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시간에 걸친 은행들의 선공 이후 재반론 기회를 잡은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카르텔조사국은 ‘CD 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수익이 200억원 감소한다’는 내용의 국민은행의 내부자료를 꺼내들었다. 또 2010년 4월8일 SC제일은행 관계자가 ‘불리한 CD 금리를 제출했다’며 KB증권 관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메신저도 공개했다.

○위원 질의에 공정위 ‘속수무책’

무게추는 저녁 8시께부터 상임·비상임 위원들의 심의가 시작되며 은행 쪽으로 기울었다. A상임위원이 “은행들은 공정위가 제시한 메신저 채팅방 대화록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은행 법무대리인들은 한목소리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법무대리인은 “공정위가 제시한 ‘금리가 올라서 좋다’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는 CD 금리가 아니라 은행 후순위채 금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고 반박했다. A상임위원이 “은행들의 반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맞다”며 지적을 받아들였다. 순간 방청객에선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후 심의를 시작한 B상임위원은 공정위 측에 “증권사들이 은행들에 협조해야 담합이 성립하는데 증권사들이 협조할 유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사실 크게 신경을 안 쓰고 방치됐다. 은행들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재차 B상임위원이 “인센티브가 있느냐”고 묻자 공정위 측은 “일정한 수수료만 챙긴다”며 인센티브가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공정위는 “2010~2011년은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로 CD발행시장 자체가 위축됐는데 어떻게 경쟁 제한성이 발생하느냐”는 C비상임위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상임·비상임위원 질의를 끝으로 8시간 반 동안 치러진 공방전은 밤 10시를 넘어서야 끝이 났다. 공정위 직원들은 “수고했다”며 서로의 등을 쳤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심판정을 나선 방청객들도 공정위 직원이 있는지 없는지 두리번거린 뒤 “공정위가 헛발질을 한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날 참석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무혐의가 확실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공정위는 열흘 정도 지난 6일 사실상 무혐의로 간주되는 ‘심의절차종료’라는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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