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외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을 후원하는 42개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박성현(23)과 고진영(21)을 후원하는 종합가구회사 넵스는 두 선수가 상반기에만 5승을 합작하면서 ‘대박’이 났다. 롯데도 장수연(22)과 김해림(27) 김효주(21) 등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우승 풍년’을 거뒀다. 한국과 미국에서 3승씩을 기록한 한화와 비씨카드의 표정도 밝다. 골든블루, 금성침대, 문영그룹은 골프단 창단 첫해에 우승하는 성과를 냈다. 각각 7명의 선수를 후원하는 대방건설과 BNK금융그룹은 아직 우승 소식이 없다.
넵스, 두 명이 5승 '잭팟'…롯데도 4승 '고진감래'
◆2명이 5승, 넵스 ‘초고효율’

넵스는 올 시즌 ‘우승 잭팟’이 터졌다. ‘장타여왕’ 박성현이 4승을 쓸어 담으며 독주했고, 고진영이 1승을 보탰다. 넵스가 후원하는 선수는 이들 2명뿐이다. 이들이 올 시즌 16개 대회 중 3분의 1을 쓸어 담았다. 두 선수의 선전에 넵스 인지도도 껑충 뛰었다. 이승언 넵스 문화홍보팀 부장은 “넵스는 건설회사 및 리조트와 주로 거래하는 B2B(기업 간 거래) 회사”라며 “사업 특성상 일반 고객에게 다가가기 어려워 2009년부터 골프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시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많은 사람이 넵스를 알게 됐고, 신뢰도도 크게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넵스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KPGA투어에서 ‘넵스 헤리티지’ 대회를 열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박배종(30)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롯데 “기다린 보람 있다”

롯데는 기업들 중 가장 많은 8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이들 중 장수연과 김해림이 올해 생애 첫 우승을 했다. 장수연은 2승까지 챙기면서 박성현(7억원)에 이어 상금랭킹 2위(5억1500만원)에 올랐다. 롯데의 희소식은 미국에서 먼저 날아왔다. 김효주가 LPGA투어 개막전인 바하마클래식에서 우승을 신고한 것. 롯데는 넵스에 이어 4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롯데 측은 믿고 기다린 보람을 거뒀다는 분위기다. 골프단 운영을 맡고 있는 박태진 대홍기획 스포츠마케팅팀 부장은 “2012년 프로 데뷔와 함께 후원 계약을 맺은 장수연 선수가 4년 만에 우승을 거뒀다”며 “2014년부터 함께한 김해림 선수도 올해 첫 승을 거두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롯데는 선수들이 경기(4라운드 기준)마다 80~90분간 롯데 브랜드를 노출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박 부장은 “연말에 브랜드 노출의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산출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하민송(20), 이소영(19) 등 다른 선수의 첫 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에 이어 3승씩을 기록한 한화와 비씨카드의 표정도 밝다. 한화는 LPGA투어 2승을 거둔 노무라 하루(24·한국명 문민경)와 신장암을 이겨내고 지난주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민영(24) 등 총 7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5명의 선수 중 장하나(LPGA 2승)와 이정민(KLPGA 1승) 등이 맹활약을 했다.

◆창단 첫해에 우승까지

올해 창단한 골든블루와 금성침대, 문영그룹은 깜짝 우승으로 홍보효과를 봤다. 골든블루는 지난 4월 안시현(32)과 유현주(22), 김혜선(19)을 후원하며 위스키업계 최초로 골프단을 창단했다. 안시현은 지난달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1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침대전문회사 금성침대는 골든블루보다 한 달 앞선 3월 박성원(22), 박주영(20) 선수와 후원 계약을 맺고 골프단을 공식 창단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우승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박성원이 제주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신들린 샷’으로 생애 첫 승을 거둔 것. 박성원의 옷과 모자에는 ‘금성침대’가 크게 적혀 있었다. 개그우먼 이국주를 내세운 라디오 광고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금성침대는 골프단 창단 첫해에 좋은 성과를 거두며 인지도가 올라갔다. 문영그룹은 올해 신생팀 중 가장 먼저 우승컵을 안았다. 조정민(22)이 창단식 20일 뒤인 3월27일 ‘달랏앳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화끈한 ‘창단 선물’을 했다.

반면 올 시즌 우승 소식을 기다리는 기업들도 있다. 대방건설과 BNK금융그룹은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명의 선수를 각각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아직 우승컵을 보지 못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