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헨리 퍼셀 '요정 여왕'
연극이 나온 지 1세기가 지나 헨리 퍼셀이 연극과 노래, 춤, 오케스트라가 뒤섞인 ‘세미오페라’ 양식으로 ‘요정 여왕’(1692)을 만들었다. 원작을 얼마나 살려둘 것인가에 대해선 공연자에게 재량권을 주었다. 대신 퍼셀은 각 막마다 노래와 춤의 향연을 벌이는 ‘마스크’란 부분을 위한 음악만 작곡했다. 이 때문에 프로덕션마다 연극적인 충실도에 큰 차이가 난다.
원작의 대사를 많이 살릴수록 ‘한여름 밤의 꿈’에 가깝고, 많이 생략할수록 음악극에 가까워진다. 어떤 쪽이 더 나은지 단정할 수 없고 공연시간도 천차만별이다. 그런 융통성 덕분에 오히려 현대 공연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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