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여종업원을 공개한다는 ‘강남패치’를 시작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명예훼손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성매수 남성 20만명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SNS 계정이 등장했다. 폭로 대상도 호스트바 종업원, 지하철 무개념 남성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둔 SNS 계정을 활용하면 경찰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창놈패치·오메가패치…신상 터는 사이트 활개
5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초 페이스북 계열 SNS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창놈패치’ 계정은 “불법 성매수를 일삼는 남성들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 계정은 일반인으로 보이는 남성들 사진을 공개했다. 운영자는 확보한 20만명의 성매수 남성을 공개하겠다며 성매수자 제보도 받는다고 밝혔다.

개설된 지 2~3일 만에 2000명에 가까운 팔로어가 생겼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남성은 가족사진 형태로 공개하는 것을 봐선 카카오톡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놈패치는 강남패치의 아류 사이트다.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의 이름을 본떠 SNS에서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패치’ 사이트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생긴 ‘오메가패치’는 ‘지하철, 버스 임신부 좌석에 당당히 앉은 남성 제보를 받는다’며 남성들의 사진, 이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 팔로어는 5000명에 이른다.

호스트바 종업원을 공개하는 ‘한남패치’를 비롯해 ‘일베충패치’(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이용자 공개), ‘성병패치’(성병에 걸린 남성 공개) 등도 활동 중이다.

이런 사이트의 활동은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법상 비방 목적으로 인터넷 등에 허위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공개 내용이 사실이어도 처벌받는다. 최원기 법무법인 혜안 변호사는 “사진이 SNS에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면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아도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급증하는 사이버 명예훼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2011년 5711건에서 지난해 1만5043건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패치 관련 수사 의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강남패치 계정으로 신상을 공개한 사람을 잡아달라는 고소장이 지난달 27일 이후 세 건 들어왔다. 수서경찰서도 한남패치 관련 고소장을 서너 건 받았다.

경찰은 패치 사이트 관련 범죄에 대해 강남서와 수서서를 책임관서로 지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인스타그램 등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성매수 남성으로 폭로된 피해자는 위법 행위로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어 신고를 꺼린다”고 말했다.

김동현/황정환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