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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에도…일본 기업, 해외 M&A 멈췄다

입력 2016-07-04 18:20:20 | 수정 2016-07-05 02:09:30 | 지면정보 2016-07-05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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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로 투자심리 위축…두둑한 현금에도 70% 급감
외국자본에 팔린 일본 기업은 1년새 4배 늘어나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급제동이 걸렸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해외 기업을 더 싼값에 살 수 있지만 여력이 있는 일본 기업은 지갑을 닫았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올 들어 시작된 급격한 엔고(高)는 오히려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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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나간 日 기업 더 많아

4일 M&A 조사업체 일본 레코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1조9284억엔(약 21조5000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이던 작년 상반기보다 66% 급감했다.

반면 외국 기업이나 자본이 일본 기업을 M&A한 금액은 1조735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늘었다. 일본 기업 간 M&A까지 포함해 일본 기업이 인수 대상인 M&A는 3조8081억엔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77%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대만 훙하이는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사업 부진으로 문 닫을 위기에 몰린 샤프를 3890억엔에 인수했다. 잠재 부실을 이유로 최초 우선인수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보다 1000억엔가량 가격을 깎았다. 도시바의 백색가전 자회사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은 중국 메이디에 537억엔에 팔렸다. 아시아 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기술과 브랜드를 높게 평가하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했다. 도시바는 신성장산업으로 키워온 헬스케어 계열사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를 캐논으로 넘기기 위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회계부정 사태를 겪은 뒤 반도체, 에너지, 사회인프라 등의 사업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연비조작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했다.

○日 CEO들 “일시적 퇴조일 뿐”

일본 M&A시장은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 출범 이후 ‘제2의 호황기’를 보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80년대 말 이후 20여년 만이다. 일본 기업은 1989년 미국의 상징으로 불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록펠러빌딩, 컬럼비아영화사 등을 사들이며 세계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가치가 뛰면서 구매력이 높아진 덕분이었다.

지난 3년은 엔화 약세 속에서도 해외 기업 M&A가 급증한 시기였다. 엔화 가치는 2012년 말 달러당 85엔에서 지난해 6월 125엔까지 떨어졌다. 달러로 환산하면 웃돈을 주고 사는 격이지만 국내시장 위축을 돌파하는 전략으로 해외 기업을 M&A했다. 지난해 해외 기업 M&A는 11조엔을 넘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올 들어선 시장이 싸늘히 식어버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가파른 엔고 전환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날 엔화 가치는 102엔대로 작년 말보다 18% 이상 상승했다. 2분기 대기업 경기상황 판단지수(BSI)는 -7.9로 4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 퇴조로 비치고 있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M&A와 관련한 기존 계획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90.4%에 달했다.

실탄도 충분하다. 일본 상장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109조엔(약 1100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초저금리로 인해 인수자금 조달 여건도 좋다. 갑작스러운 엔고 전환에 따른 수익성 악화 부담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면 M&A 식욕이 다시 왕성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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