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까지 겹쳤지만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등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이 올 상반기 전년 동기와 비슷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관측됐다.
구조조정 악재에도 4대 금융사 실적 '선방'
우리은행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30% 안팎의 순이익 증가율을 나타내며 주요 금융그룹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 실적은 딜라이브(옛 씨앤앰) 모회사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 최근 채권단 만기연장으로 부도 위기를 넘겼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순이익(2분기는 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3조960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같은 기간(3조5861억원)보다 3744억원(10.44%)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순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7434억원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5288억원) 대비 40.58% 증가한 규모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과 각 금융그룹에 따르면 신한금융(9%)과 KB금융(3.36%)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전년 같은 기간(7727억원)에 비해 83억원 늘어난 7810억원의 순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은행은 삼부토건, 파이시티, 대한전선, 랜드마크 매각에 따른 700억원가량의 이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실 처리한 부실자산 일부가 매각되면서 특별이익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조선·해운업 여신 비중이 낮아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덜한 데다 신한카드도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순이익 추정치만 놓고 보면 금융그룹별 희비가 갈렸다. KB금융과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10% 안팎 줄어들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권에선 부도 위기에 빠졌던 수도권 최대 MSO 딜라이브가 2분기 금융그룹의 실적을 가른 변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딜라이브는 인터넷TV(IPTV)를 앞세운 통신사업자들이 방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객 이탈로 재무 상태가 빠르게 나빠졌다. 부채가 늘어 이자를 갚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20여곳이 참여한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차입금 감축 등의 채무재조정안을 추진했고 지난달 말 통과됐다.

채권단에는 KEB하나은행(4200억원)과 신한은행(4000억원), 국민은행(1200억원) 등이 참여했다. 국민은행은 1분기에 관련 여신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조정했지만 다른 은행들은 2분기에 일부 조정하면서 충당금 부담이 발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1분기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이어 2분기 딜라이브로 인해 은행들이 예상치 못한 충당금 폭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