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대회에 출전한 현대자동차의 랠리카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WRC 대회에 출전한 현대자동차의 랠리카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올 시즌 14경기 중 절반을 소화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이 폭스바겐과 현대자동차의 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폭스바겐의 독주를 현대차가 견제하며 우승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시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 폭스바겐의 세바스티앵 오지에(33·프랑스)가 올해도 드라이버 랭킹 1위에 올랐다. 여기에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헤이든 패든(29·뉴질랜드)이 도전장을 던졌다.

WRC는 세계를 돌며 치르는 모터스포츠 대회다. 포뮬러원(F1)과 함께 대표적인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힌다. WRC 대회에 참가하는 랠리카는 자갈밭, 물웅덩이, 빙판길 등 험준한 비포장 길을 달린다. 대회마다 3박4일 동안 300~400㎞를 달려 가장 빠른 차량을 가리는 자동차계의 ‘철인 경기’다. WRC는 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폴란드 랠리를 끝으로 전반기 7개 대회를 마쳤다.

미켈슨과 오지에
미켈슨과 오지에
올 상반기에는 폭스바겐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폭스바겐팀은 7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오지에가 2승을 했고, 같은 팀 소속 안드레아스 미켈슨(27·노르웨이)과 야리마티 라트발라(31·핀란드)가 1승씩을 가져갔다. 오지에는 지금까지 143점을 획득해 드라이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4일 막을 내린 폴란드 랠리에서 1위를 한 미켈슨이 92점으로 2위에 올라 있다.

‘추격자’ 현대차 월드랠리팀 소속 패든(72점)은 드라이버 랭킹 3위다. 미켈슨과 패든의 점수 차(20점)는 한 경기로도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다. 패든은 지난 4월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1위, 폴란드 랠리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물오른 기량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WRC에선 드라이버 간의 경쟁과 함께 팀 대결도 볼거리다. 팀 대결은 소속팀 모든 드라이버의 성적을 합산해 비교한다. 여기서도 폭스바겐팀이 19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가 135점으로 2위다. 올 하반기 WRC는 2파전으로 굳어진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둘 중 어느 팀이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챔피언의 향방도 달라진다.

2003년 이 대회에서 철수한 뒤 11년 만인 2014년 복귀한 현대차는 지난해 폭스바겐과 시트로엥에 이어 시즌 종합 3위에 올랐다. 올해 현대차는 새로 개발한 랠리카를 투입하는 등 시즌 우승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미셸 난단 현대차 월드랠리팀 총감독은 “지난 2년간 쌓은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WRC의 여덟 번째 경기는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핀란드에서 열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