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끄는 독일 자동화기업 훼스토 가보니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에슬링겐에 있는 공장자동화업체 훼스토(Festo). 이 회사 전시장에 들어서니 유리관 속에 ‘코끼리코 로봇’이 보였다.

크리스토퍼 쾨글러 훼스토 대외담당 본부장은 “로봇은 일반적으로 5축이나 6축 등 관절 수에 제한이 있지만 이 로봇은 코끼리 코를 모방해 훨씬 자유롭게 움직인다”며 “물건을 집어서 이동하는 공정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25년 설립된 훼스토 공압 실린더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다. 공압 드라이브, 전기 드라이브, 밸브, 컨트롤러 및 전기 주변 장치, 센서 및 비전시스템 등 3만여종의 공압 및 전기·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제품을 활용한 공장자동화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외 직원은 1만8700명, 작년 매출은 26억유로(약 3조3186억원)를 기록했다.

크리스토퍼 쾨글러 훼스토 대외담당 본부장이 코끼리 코를 모방한 물건 이송용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슬링겐=김낙훈 기자
크리스토퍼 쾨글러 훼스토 대외담당 본부장이 코끼리 코를 모방한 물건 이송용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슬링겐=김낙훈 기자
훼스토는 기존의 전통적인 공장자동화 설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잠자리로봇, 로봇새, 캥거루로봇, 개미로봇 등을 제작해 활용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른바 ‘생체공학적 로봇(bionic robot)’이다.

쾨글러 본부장은 “동물들은 사람처럼 생체공학적 장점을 지니고 있어 이를 연구하면 효과적인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캥거루는 적은 힘으로 멀리 뛰는 기술을 갖고 있는데 훼스토가 만든 캥거루로봇은 에너지를 절약하며 이동하는 로봇이다.

개미로봇은 서로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바이오닉 앤츠(BionicANTs)’라고 불리는 이 로봇은 손바닥만한 크기에 플라스틱과 금속, 세라믹 소재로 제작됐다. 눈에는 3차원 스테레오 카메라, 어깨엔 7.2V 전지, 배에는 추적용 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가 달려 있다.

'4차 산업혁명' 이끄는 독일 자동화기업 훼스토 가보니
생체공학적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의 에버하르트 클로츠 인더스트리 4.0 본부장은 “독일 정부는 지멘스 SAP 텔레콤 훼스토 4개사를 주축으로 스마트공장협의체를 발족했다”며 “훼스토가 모션과 핸들링 분야 개발업체로 선정돼 4차 산업혁명 구현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공장자동화는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인더스트리 4.0에서 생산설비는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 방식을 결정한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해선 스마트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빅데이터처리 스마트물류 보안 등 수많은 요소가 필요한데 훼스토는 이 중 스마트공장과 관련된 자동화와 로봇 등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선 표준화가 관건인데 독일과 미국은 표준통신에 잠정 합의해 이 분야를 선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훼스토를 비롯한 독일 기업들은 ‘통신 표준(OPC UA)’을 바탕으로 각종 설비를 개발 중이다.

기업 대학 연구소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스마트공장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훼스토는 지멘스 등과 협력해 멀티캐리어시스템(multi carrier system)도 개발했다. 유연하고 빠른 통합물류를 위한 시스템이다. 탄탄한 기술력, 국제표준 선도, 산·학·연과 정부의 협업 속에서 독일은 미래 먹거리 개발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