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자리 - 조용미(1962~ )
이 세상에 잠시 무엇이 있다가 사라진 자리들. 꽃이 머물다 간 자리는 향기로,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는 그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혹은 침묵과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던 자리이겠습니다. 꽃이, 사람이 제자리에 있다가 사라진 자리에는 적막이 가득합니다. 가장 넓고 깊은 적막이 깃든 자리는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일 것만 같습니다. 한 사람이 있다가 사라진 뒤, 결핍으로 채워진 공간이 고요로 풍요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