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치인에게 '끈기'가 필요한 이유
지난 한 주간 국회에서는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20대 국회 개원 뒤 처음으로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내가 속한 정무위원회에서도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의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문득 2004년 17대 국회에 처음 들어왔을 때 초선의원 시절을 떠올려 봤다.

정치에 대해 논한 고전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는 정치인은 각별한 비전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정치가에게 세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 잡힌 판단력이다.

베버에 따르면 열정은 막연하거나 즉흥적인 감정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이성을 통해 고도로 절제된 열망이나 신념이며, 그것은 구체적으로 그것을 실현하고 실천하는 행위와 그 결과까지 전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정을 갖는 것만으로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의에 대한 책임성이 행동을 이끄는 결정적 길잡이가 돼야 한다. 열정과 책임감을 갖춘 정치가가 실제 정치적 행동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균형적 판단이다. 베버가 말한 정치가의 세 가지 덕목에 나는 ‘끈기’를 더하고 싶다. 처음 제기한 문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끈기는 특히 초선의원이 의정 활동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초선의원 시절 첫 상임위 회의인 2004년 7월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업무보고 첫 질의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전체 차량의 5%에 불과한 버스, 트럭 등 대형 경유차가 자동차 미세먼지 총 발생량의 67.5%를 차지할 정도로 경유차의 대기오염 배출은 굉장히 심각하다. 본 위원은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부에서 적극적으로 경유차 문제에 대한 국민 홍보라든가, 정 안 되면 의원들을 설득해서라도 경유 상대가격 비율을 조급히 조정해야 한다.”

12년 전 나의 지적은 20대 국회 환노위 업무보고에서도 똑같이 나왔다고 한다. 초선의원 시절부터 미세먼지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기’있게 노력했다면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아쉽기만 하다.

김영주 < 더불어민주당(영등포 갑) 의원 joojoo201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