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넷마블게임즈 중국법인 직원들은 현지 앱(응용프로그램) 마켓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자사에서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스톤에이지’ 캐릭터를 무단 도용한 중국 게임이 두 개나 있었기 때문이다. 즉시 해당 게임 제작사에 경고문을 발송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넷마블은 지난달 말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넷마블·웹젠 "중국 '짝퉁게임'에 소송도 불사"
웹젠은 4월 인기 온라인게임 ‘뮤 온라인’의 짝퉁 게임 ‘뮤 외전’을 국내 앱 마켓에서 발견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양대 앱 마켓을 운영하는 구글과 애플에 공문을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짝퉁 게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선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이 급성장하던 시기 중국에서 쏟아져 나온 짝퉁 게임 때문에 중국 사업이 악화된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짝퉁 없애야 中 시장 잡는다

중국 짝퉁 게임은 온라인 게임이 주류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게임업체들의 속을 썩였다. 위메이드는 인기 게임 ‘미르의전설2’ 판권을 놓고 중국 샨다게임즈와 2002년부터 14년째 다투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등으로 저작권 침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미르의전설2 사태 이후 중국에서 짝퉁 게임이 우후죽순처럼 나왔지만 지켜보기만 했다. 그 결과 한국 게임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철저하게 중국 시장에서 밀려났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바일 게임 시대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거대 시장 중국을 놓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짝퉁 게임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저작권 입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 저작권법에는 게임에 관한 세부항목이 따로 없어 미술, 음악, 소프트웨어 등 여러 항목별로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항목당 배상금도 최대 50만위안(약 8700만원)으로 크지 않다.

외국 기업에 불리하게 제정된 법령도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 명목으로 2007년부터 사전 자격심사제인 ‘판호제’를 도입, 해외 게임 진입장벽을 높였다. 한국에서 나온 신작이 규제에 막혀있는 사이 중국 게임사는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출시해 큰 매출을 올렸다.

단속 여전히 어려워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노리는 국내 게임사에 짝퉁 게임은 큰 위협이다. 온라인 게임 시절엔 짝퉁 게임이 오리지널판보다 뒤떨어졌지만 모바일 게임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 업체들의 개발력이 급성장해 짝퉁 게임이 오리지널 게임보다 더 나은 그래픽과 스토리를 보유하기도 한다. 한국보다 더 큰 시장에서 게임을 운영해본 노하우도 있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이 차별화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중국 정부가 2014년부터 ‘사회신용체계 구축’을 내세워 저작권 보호 강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올 4월 상하이 푸둥법원이 중국 게임 ‘기적신화’가 웹젠이 만든 ‘뮤 온라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중국 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점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짝퉁 모바일 게임 단속은 여전히 어렵다. 온라인 게임은 사전심사제로 짝퉁을 걸러낼 수 있지만 앱 마켓에 올리는 게임은 사전에 확인하기 힘들다. 웹젠 관계자는 “중국 현지 배급사와 협조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워낙 많은 업체가 비슷한 게임을 쏟아내고 있어 분별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