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승 아시아나 기장 "하늘길 꿈꾼다면 시력, 체력 관리가 필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어린이라면 평소에 시력과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해요. 조종사는 몸이 재산이거든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시력검사에서 떨어지면 끝이죠.”

조종사 지망생 사이에서 ‘최고의 멘토’로 알려진 최재승 아시아나항공 기장(55·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요즘 어린이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을 너무 오래 하면서 시력이 많이 약해졌다”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선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몸을 만들어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군 조종사가 되려면 시력이 나안 0.5 이상, 안경을 썼을 때 1.0 이상이어야 한다. 신체검사에서 시력교정시술 가능자로 판정되면 나안 시력이 기준 미만이어도 지원할 수 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최 기장은 군 전역 후 1997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보잉 B777-200기를 조종하고 있으며, 비행 경력 33년째를 맞았다. 조종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하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다. 사내에서 간간이 재능기부 봉사활동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제가 고등학생 때 공군사관학교에 다니던 학교 동문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진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때 정말 감명을 받았죠. 막연하게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고, 항공대를 가야만 파일럿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제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직업 세계를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룬 거죠.”

최 기장은 2014년 중·고등학생 및 성인을 위한 항공업계 직군 안내서 《파일럿의 진로탐색 비행》에 이어 지난 5월엔 초등학생용으로 《스카이 챌린지》를 펴냈다. 블로그(blog.naver.com/ozcapchoi)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상에 엉터리 정보가 너무 많은 게 안타까웠다”며 “현역 민간항공사 기장으로서 제대로 된 안내를 하고, 조종사 지망생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끔 ‘그 바쁜 스케줄에 언제 책을 쓰고, 강연을 준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떠오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메모하죠. 그게 익숙해지면 시간을 스스로 쪼개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사내에서 자체 운영하는 교육기부 봉사단에서도 1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항공시장은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항공업계의 다양한 직종에 대해 일찍부터 눈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조종사와 항공정비사 등 항공업계 인력 수급난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중·대형기 한 대를 도입하려면 그걸 운전할 기장 10명과 부기장 10명, 정비사 6~7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무원을 비롯한 특정 직종밖에 모릅니다.”

최 기장은 “은퇴 후 후진 양성을 위한 컨설팅에 나서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또 “‘최재승 기장님처럼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과 책임을 동시에 느낀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업무와 재능기부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