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3일 오전 7시15분

국내 기업들이 올초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미수금을 속속 회수하고 있다. 이란과의 거래 비중이 큰 기업에는 ‘단비’가 되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경기계기술은 지난 4월 이란 발주처에서 미수금 총 212억원 가운데 148억원을 받은 데 이어 이달 나머지 64억원을 수령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150억원)을 상쇄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대경기계기술은 2002년부터 이란 철강회사와 석유화학회사 등에 플랜트용 열교환기를 공급하다가 2013년부터 대(對)이란 경제제재 강화로 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란 발주처들은 이란중앙은행이 한국에 보유한 은행 계좌로 대금을 일부 입금했으나 대경기계기술은 제재 때문에 인출하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면서 미수금 회수의 길이 열렸다. 대경기계기술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인 3월 이란 현지 업체와 63억원 규모 열교환기 공급계약도 새로 맺었다.

수처리기계 제조업체인 JMC중공업도 이란에서 미수금 약 100억원을 받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이 회사 지난해 당기순손실(57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JMC중공업은 2010년부터 이란에서 플랜트 공사 관련 미수금이 쌓이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다 2014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현대로템은 오는 8월부터 이란 관련 미수금 763억원을 세 차례에 나눠 회수한다. 이 회사 지난해 당기순손실(3082억원)의 25%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란 관련 미수금을 회수하는 첫 사례다. 현대로템은 2007년부터 이란 철도청 산하 공기업인 라자에 디젤동차를 공급했으나 2010년부터 대이란 경제제재로 대금을 받지 못했다. 현대로템은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향후 현지 디젤기관차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KOTRA에 따르면 이란 관련 미수금이 있는 국내 기업은 300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KOTRA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수금을 밝히지 않는 경향이 있어 관련 기업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업이 미수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앞다퉈 회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