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호조는 우리 경제의 미스터리다. 국세청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세수는 108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벌써 올 세수 목표액(213조원)의 51.1%가 걷혔다. 국세의 3대 세목인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이 모두 5조원 이상 급증했다. 경기가 좋아진 게 없고 수출까지 18개월 연속 감소 중인데도 정작 세금은 잘 들어오니 궁금증이 더해간다.

예상 밖 세수 호조에 세무당국조차 뾰족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비과세·감면 축소에다, 담뱃세 인상, 정부의 일시적인 각종 소비 진작책 등의 효과로 보는 모양이다. 국세청의 징세활동 강화도 꼽힌다. 전산망을 통한 거래 쌍방의 자료 대조로 소득포착률을 높이고, 기업에 과세자료를 미리 통지해 자진신고를 독려했던 것 등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무조사 건수는 2010년 1만8156건에서 지난해 1만7003건으로 계속 감소세다.

그렇지만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의 불만은 적지 않다. 일선 현장에서는 세무당국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비용으로 간주해주던 지출을 올 들어 갑자기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세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어떻든 세금을 많이 내고 있으니 이유 여하를 떠나 기업들로서는 볼멘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지극히 옳은 방향이다. 자영업자의 소득포착률은 여전히 63% 수준(2012년 기준)으로, 사실상 100% 노출되는 직장인에 비하면 낮다. 그러나 세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기재부는 올 하반기엔 세수가 전년 동기보다 5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세수 호조는 징세 강화의 일시적 효과일 수도 있다. 경기는 안 좋은데 세금이 잘 걷힌다면 납세자의 고통이 커졌다는 의미다. 국세청장은 생선 기름을 조심해서 잘 짜내겠다고 말했지만 은밀한 비명이 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