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준비생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 중 절반이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라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 보고서(‘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2014년 41만명이던 청년 취업준비생이 지난해 54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2월 역대 최악을 기록한 청년실업률(12.5%) 등 각종 실업통계들과 같은 맥락이다. 주목할 점은 공시족이 크게 늘었다는 대목이다. 20~24세 취업준비자 중 47.9%, 25~29세에서는 53.9%가 공시족이다. 이들의 절반가량인 45.5%가 9급 공무원 준비생이다.

불경기 때 공공부문이 주요한 고용시장이 되는 게 아주 이상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과도하다. ‘노량진 학원가’ ‘신림동 고시촌’만 불황을 안 탄다고 할 정도로 공시족이 급증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 우려도 적지 않다. 일차적으로는 직급에 상관없이 공무원은 청년들에게도 좋은 일자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해 연금제도에 손은 댔다지만 좋은 연금과 정년보장, 안정된 보수, 노동의 강도에서 민간보다 확실히 낫다는 얘기가 된다.

공시족 집중의 더 큰 원인은 민간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충분히 생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임금도 매력적인 ‘버젓한 일자리’가 나오려면 시장이 살아 움직여야 하고 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때의 ‘경제민주화’ 구호와 ‘기업옥죄기’ 정책이 20대 국회 출범과 더불어 최근들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국제 경제도 침체기인 와중에 기업이 선뜻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없는 여건이 장기화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혁신을 꾀하는 정부의 노동개혁 조치 또한 국회에서 길이 막혀버렸다.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차별화되는 고용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도 문제다. 고용정보원 분석을 보면 첫 직장에서 퇴사비율이 대기업 정규직은 12%에 그치지만 대기업 비정규직은 29%,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1%에 달한다. 창의적 도전을 하지 않는다고 청년층을 다그치기에는 고용과 노동시장의 문제가 너무 많다. 20대가 공시족으로 몰리는 현실에선 경제의 활력도, 사회의 역동성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