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가 10년 가까이 해오던 차량 설계(manufacturing engineering)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차량 설계 사업은 완성차업체를 대신해 차체를 디자인하는 사업이다. “완성차를 내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을 일축하고 자동차 부품업체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상반기 그룹 전략 회의에서 차량 설계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차량 설계는 VC사업본부의 전신인 V-ENS 때부터 해오던 사업이다. LG전자는 2013년 LG CNS 자회사인 V-ENS를 흡수합병해 VC사업본부로 재편했다.

차량 설계 사업은 주로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 완성차업체들과 해왔다. 자체 디자인과 설계 역량이 부족한 신흥국 업체의 의뢰를 받아 LG전자가 차체를 설계하고 금형까지 제작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LG전자가 전기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 구동모터를 비롯해 전기차를 움직일 수 있는 거의 모든 부품을 만들고 있는 LG전자가 차량 설계 사업까지 하자 업계에서 “언젠가 완성차시장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기 때문이다.

차량 설계 사업은 일부 신흥국 업체와 단발성으로 벌여왔다. 이익률도 높지 않았다. GM, 폭스바겐 등 선진국 대형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부품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차량 설계 사업을 계속 해야 할 당위성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