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위산업 이대론 안된다] 내수 줄고 수출은 엄두 못내…방산 메카 부산·경남 '찬바람'
국내 방산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고사위기에 빠졌다.

2014년부터 본격화한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 영향으로 정부가 국산 무기조달을 축소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출 시장을 뚫어야 하지만 방산비리 수사로 인한 평판 악화로 해외시장 공략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찬바람 부는 방산 메카

“450여명의 직원 고용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S&T모티브는 국내 유일의 소총 생산업체다. 국방부가 내년부터 군의 기본장비인 K2 소총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생산공장이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관련 매출은 연간 500억~600억원이다.

S&T모티브 관계자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한국 방산시장 중심인 부산, 울산, 창원, 사천 등 경남 지역에 포진한 상당수 국내 방위사업체가 일감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지방에 있는 상당수 군납품업체의 공장가동률이 50%에도 못 미쳐 도산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국방부의 국산 무기조달 예산이 2014년 이후 줄고 있어서다. 방산비리 여파로 2014년 9조5000억원이던 예산이 지난해 9조4000억원, 올해 9조원으로 줄었다.

국내 95개 방산기업은 물론 1만여개에 달하는 관련 기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14년 국방기술품질원이 군납업체의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건을 적발하면서 이와 관련된 영세업체 100여개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위사업체 사장은 “정부가 영세업체도 시험성적서가 없으면 납품을 못 하게 하는데, 성능 인증을 위한 시험성적서 발급비용만 20만~30만원이 든다”며 “한 개에 몇백원짜리 부품을 납품해 연 매출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로서는 시험성적서 발급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부익부 빈익빈 심화될 듯

한국 방산업계는 (주)한화,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테크윈 등 대형 업체와 중소·중견기업 간 격차가 크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상위 10개 방위사업체가 전체 방산시장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일수록 공장가동률도 떨어진다. 방사청이 발주를 줄이면 해외사업 비중이 낮은 중소·중견기업은 꼼짝없이 생산설비를 놀릴 수밖에 없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방산 중소기업의 공장가동률은 61.8%로 대기업(67.3%)보다 5.5%포인트 낮았다. 이는 제조업체 평균 공장가동률(76.1%)과 중소기업 공장가동률(71.5%)보다도 떨어지는 수치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