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위작 논란 4년째…그림값 여전히 강세
한국 미술시장의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 이우환 화백(80)이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작품 거래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술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국내 단색화가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재조명받으며 작품가가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위작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화백은 백남준과 더불어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미술가다. 국내에서는 회화로 유명하지만 일본과 미국 유럽에선 설치미술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단색화는 1970년대 ‘점’ ‘선’ 시리즈로 시작해 1980년대 ‘바람’ 시리즈,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응’ 시리즈로 이어진다.
이우환 위작 논란 4년째…그림값 여전히 강세
최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이 화백 그림은 작년 국내 경매시장에서 출품작 140점 중 124점이 팔려 낙찰률 88.5%, 낙찰총액 1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86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 단색화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위작 논란과 무관하게 낙찰총액이 크게 증가했다.

이 화백의 인기는 해외 경매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 2006년에는 낙찰 작품이 3점에 불과했지만 2010년 8점, 2014년 19점, 지난해 25점으로 급증했다. 2014년 11월 소더비가 뉴욕에서 연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는 이 화백 작품 ‘선으로부터’가 216만5000달러(약 23억7000만원)에 팔려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상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울옥션, K옥션, 크리스티, 소더비 등 국내외 대표 경매회사 네 곳의 작품 경매 낙찰총액은 2011년 74억원에서 지난해 246억원으로 불과 4년 새 세 배로 늘어났다”며 “이 화백의 평균 너비(1㎡)당 작품 가격은 4억원으로 김환기(9억원), 박서보(5억원)에 이어 3위”라고 분석했다.

한국 단색화 인기의 선두에 있는 이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 쉽사리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이 화백 작품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100호(130×160㎝) 크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는 10억원 안팎에 나와 있고, 같은 크기의 ‘바람’ 시리즈는 점당 2억~4억원, ‘조응’ 시리즈는 1억6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은 “시장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인기 작가지만 위작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화랑가 거래는 당분간 뜸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미술시장 전문가는 “이 화백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은 이번 위작 논란이 소장품 가치에 미칠 영향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거래 가격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이 화백 몸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단색화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2012년 말 위작 논란이 시작되면서 이미 가격은 바닥을 쳤고, 단색화가 힘을 받고 있는 만큼 매도물량도 시장이 받아줄 만한 수준인 것 같다”고 낙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