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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삼성, 대대적 변신 나서다

입력 2016-07-01 16:56:15 | 수정 2016-07-01 16:56:15 | 지면정보 2016-07-04 S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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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문화위해 부장 과장 대신 oo님으로 호칭…비핵심 사업도 매각
◆ 삼성, 또 한번의 인사혁신

1993년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함께 신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7·4제(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 퇴근하는 제도)와 발탁인사제, 능력급제 확대 등이 이뤄졌고 이는 삼성 약진의 밑바탕이 됐다. 23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가 또 한 번의 인사 혁신에 나섰다. 직급을 줄여 인사에서 연공서열적 요소를 없애고, 호칭도 'OOO님'으로 바꿔 창의적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6월28일 한국경제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 그룹이 연공서열과 격식을 없애는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했다.기사 이미지 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 그룹이 연공서열과 격식을 없애는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 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개편하고 있으며, 인사에서도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 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변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이재용식 경영’으로 불릴 만한 삼성의 새로운 경영철학과 방침에 대해 알아보자.

잘하는 사업에만 집중한다

최근 삼성의 변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잘하는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미국 GE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경영인 잭 웰치 전 회장의 “세계 넘버 1 또는 넘버 2가 아닌 사업은 접는다”는 철학과 맥락이 닿아 있다. ICT와 금융, 바이오 사업이 바로 삼성이 꼽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ICT에선 반도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영상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삼성이 글로벌 톱을 다투고 있다.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스마트 홈, 스마트 헬스, 자동차용 전자기기(전장), 첨단 디스플레이, 전지,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핀테크 등 미래 산업에서는 확고한 세계 1등을 구축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금융 분야에선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벤처투자 등을 통해 국내 1등 자리를 굳건히 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을 꾀한다.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앞세워 바이오 의약품 개발 및 제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면 다른 사업은 매각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적지 않은 수익을 내는 알짜 기업인데도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등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관련 4개사를 한화 그룹에 넘긴 게 대표적이다.

조직문화는 스타트업처럼…연공서열형 깬다

한국경제신문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한국경제신문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이처럼 사업구조를 바꾸는 한편 조직문화도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새로운 인사제도의 특징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연공과 격식을 없앤다는 것이다. 복잡한 직급 체계에서 나오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직급을 현행 7단계(사원 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한다. 호칭도 지금처럼 부장, 과장, 대리가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수평적으로 ‘OOO님’으로 부른다. 이와 함께 큰 성과를 내면 30대에 임원 승진도 할 수 있다.

회의도 꼭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게 한다. 시간은 최대 1시간 이내로 하며,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지킬 것을 ‘회의 권장사항’으로 정했다. 상사 눈치를 보며 오래 회사에 남아 있거나 주말에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잔업, 휴일 특근은 지난해의 50% 이하로만 허용한다. 임원에겐 1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쉴 것을 권고했다. 직원들은 연간 휴가계획을 미리 세우고, 매년 15일 이상 연차를 무조건 쓰도록 했다. 또 올여름부터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방안은 이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초일류’로 도약이 목표

이 같은 삼성의 변화에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구글 같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려면 ‘선택과 집중’ 전략과 조직문화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글로벌 선두업체가 제품을 내놓으면 이를 재빨리 따라잡는 전략을 써왔다. 그런데 이제는 독자적인 힘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 될 단계에 이르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1등 기업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잘하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산업의 판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제도를 바꾸는 것도 같은 뜻이다. 지금까지 삼성의 장점이었던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식 기업문화는 창의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개인의 업무 성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다면 관료주의적 대기업병에 걸려 결국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구글은 중요한 일도 엔지니어-상무(VP)-최고경영자(CEO) 등 3단계를 거쳐 의사결정을 한다. 우린 다르다. 대여섯 단계가 있다 보니 일선 직원의 아이디어가 사업부장(사장)에게 전달되려면 한 달 이상 걸린다. 그것도 중간에서 차단되기 일쑤다”고 털어놓았다.

‘일상생활의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산업의 ‘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지금처럼 이미 있는 제품을 싸게 잘 만들어서만은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ICT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하드웨어(HW)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애플, 구글에 못지않은 영향력도 갖췄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과 견줘 결정적으로 부족한 게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SW)다. 그동안 SW 역량을 키우려고 애써왔지만 성과는 아직 초라하다. 기업문화 자체가 SW를 키우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번 ‘인사 실험’에 다른 대기업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변신이 성공할 것인지는 임직원의 충성도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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