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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8) 파트리크 지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입력 2016-07-01 16:51:48 | 수정 2016-07-01 16:51:48 | 지면정보 2016-07-04 S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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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세상을 떠나기로 한 소년 앞에 나타난
좀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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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만든 밀리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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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어른들의 단정이다. 10대들은 “학과 공부하기도 벅찬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교사들은 “예전보다 확실히 책을 덜 읽는다”고 우려하고 출판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에 독서 과목이 들어가면 책을 읽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더라도 “열심히 책을 읽는 5%의 학생이 있다”고 하니 아쉬운 가운데서도 든든하다.

밀리언셀러, 100만 부를 돌파하는 건 모든 작가와 출판 관계자들의 꿈이다. 《좀머 씨 이야기》는 출간 초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10대가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밀리언셀러에 오른 책이다. 딱 10년 전의 일이다.

10대들은 왜 이 책을 사랑했을까.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좀머 씨가 소설 속에서 외친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말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장 자크 상페의 아기자기한 그림도 한몫했을 것이다.

《좀머 씨 이야기》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지스킨트가 1991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시나리오와 단편을 썼으나 별로 주목받지 못한 지스킨트는 《콘트라베이스》와 《향수》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고 1500만 부 이상 판매된 《향수》는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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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지스킨트

많은 작가가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이름만 듣고도 독자가 몰려들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지스킨트는 돌연 은둔자가 되었다. 실제 유명 작가 중 세상을 등지고 산 사람이 많다. 《앵무새 이야기》의 하퍼 리, 《호밀밭의 파수꾼》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등 여러 작가가 커튼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스킨트 역시 《향수》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모든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사진 찍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자신에 대한 얘기를 언론에 흘리는 사람은 친구든 가족이든 절연을 선언하고 만나지 않았다.

좀머 씨는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좀머 씨의 외침이 바로 지스킨트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화자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 속에 좀머 씨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형식이다. 10년 전 이 책을 사랑한 10대들은 아마도 짧은 이야기에 자신들의 마음이 잘 투영됐다고 여긴 듯하다. 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무 타기를 즐기던 유년 시절에 누구에게든 좀머 씨 같은 독특한 아저씨에 대한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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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지팡이를 짚으며 빠른 걸음으로 끝없이 달리는 이상한 아저씨에 대해 어른들은 “밀폐 공포증 환자다, 항상 경련을 한다”며 수군댔지만 소년은 ‘내가 나무를 기어오를 때 즐거움을 느끼듯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소년들은 어른들보다 삶을 더 제대로 간파한다.

《좀머 씨 이야기》에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무신경한 카롤리나 퀵켈만이라는 여자아이, 코딱지를 함부로 묻히는 피아노 선생 미스 풍켈, 나날이 늘어가는 자전거 실력, 독자들이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동안 소설 속의 소년은 불만을 부풀려 간다. ‘이 세상 전체가 불공정하고 포악스럽고 비열한 덩어리일 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노에 찬 자각’을 한 뒤 ‘모든 것이 다 문제’이며 ‘세상 사람들이 자비롭다고 하는 하느님도 마찬가지’라고 단정한다. 그래서 소년은 세상과 작별하기로 결심하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나무 위에서 사악한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은 다음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한 후 어떻게 뛰어내릴 것인가 연구하던 중 좀머 씨가 ‘탁탁탁탁’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좀머 씨가 나무 아래서 급하게 빵을 먹고 떠나자 주인공은 자신이 죽으려고 한 바보 같은 생각을 싹 접어버린다. ‘일생동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을 봤기 때문이다.

무난한 삶을 이겨내는 소년

이근미 < 소설가 >기사 이미지 보기

이근미 < 소설가 >

그 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 펼쳐지지만 주인공은 ‘언제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고, 지시를 받았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만 하는 삶’을 무난히 살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좀머 씨가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영영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동네 사람들 모두 사라진 좀머 씨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지만 주인공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말을 떠올리며 침묵한다.

소년의 죽음을 막은 좀머 씨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좀머 씨,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가 왜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사소한 불만과 불편을 못 이겨 죽음을 결심하지만, 한순간 그걸 이겨내는 소년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서일까? 아름답고 잔잔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주는 《좀머 씨 이야기》는 분명 현재의 10대들도 매혹시키리라 믿는다. 올여름 방학에 10대들이 새로운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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