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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영원히 유효한 '내러티브'는 없다

입력 2016-07-01 17:50:36 | 수정 2016-07-02 05:22:09 | 지면정보 2016-07-02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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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 여성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미국 폭스TV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1에 참가한 켈리 클락슨이다. 그는 가수를 꿈꿨지만 가정 형편이 가로막았다. 텔레마케터 등으로 일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우연히 본 오디션 공고가 운명을 바꿔 놨다. 그의 노래가 전파를 타자 폭발적 반응이 나왔다.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가창력과 안타까운 사연에 열광했다. 클락슨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첫 우승자가 됐다.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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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여성이 아니라 남성. 텔레마케터가 아니라 환풍기 수리공이란 것만 달랐다. 중졸 학력의 허각이 엠넷 ‘슈퍼스타K2’(사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지는 오디션 열풍으로 스타가 잇따라 탄생하자 “이제 한국에서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고시가 아니라 오디션”이란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 4월 ‘아메리칸 아이돌’은 시즌15을 끝으로 폐지됐다. SBS ‘K팝스타’는 올 하반기 시즌6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슈퍼스타K’에 대한 기대감도 예전만 못하다. 이제 대중은 평범한 사람이 스타가 되는 기적 같은 얘기에 싫증난 것일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감동을 받는 이야기 패턴은 일정하다. 역경을 이겨내는 영웅 신화에 인류가 오래도록 감동해 왔듯 오디션도 같은 이유로 좋아한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꿈을 키우며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쌓고, 인생 역전이란 행운을 맞이하는 이야기에 대중은 감정을 이입하고 열광한다.

관건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내러티브(서사) 방식이다. ‘슈퍼스타K’가 히트하자 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도 수많은 유사 방송 때문에 시청자와 광고주를 빼앗겼다. 프로그램 제작사는 4억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나 아이돌 멤버가 실력을 발휘하며 감동을 주는 ‘복면가왕’ 등의 영향도 있다. 일반인 대상 오디션만의 특징인 줄 알았던 내러티브 방식이 대중에게 더 친숙한 연예인이 나오는 방송에서도 통한다. 시즌마다 똑같은 포맷을 유지한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였다. 변화가 없는 주입식 감동은 더 이상 짜릿한 전율을 주지 못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브랜드, 내러티브 방식을 끊임없이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환경 변화에 맞게 진화한 종(種)만이 생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화산업도 마찬가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를 간과했다. 변하는 취향에 맞게 스스로를 진화시키지 못했다.

내러티브의 변형을 시도한 몇몇 프로그램이 나오긴 했다. 힙합이란 장르적 특성을 결합한 ‘쇼미더머니’, 일반인과 스타와의 매칭을 통한 ‘판타스틱 듀오’나 ‘듀엣가요제’ 등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음악들은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판타스틱 듀오 등에 나온 일반인들은 실력이 뛰어나지만 연예인들의 그늘에 가려진다. 이 때문에 ‘듀오’가 아니라 ‘연예인 솔로’ 방송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준 ‘성장 사다리’의 역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감동도 예전만 못하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뇌는 내러티브를 즐기고 배울 뿐만 아니라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고 접하길 원한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서도 이야기를 찾고, 색다른 내러티브를 원하는 대중들. 기존 방식에선 벗어나면서도, 꿈꾸는 자에겐 언젠가 좋은 날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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