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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 핵심은 혁신의 축적과 공유…'확실한 보상'이 원동력

입력 2016-07-01 17:53:37 | 수정 2016-07-02 05:20:36 | 지면정보 2016-07-02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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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13> 기업발전의 두 축, 혁신과 공유

장인 우대하는 일본
기술 명맥 잇는 것에 자부심 갖고
후대에 아낌없이 전수하는 전통
일본 기업 혁신 상징인 '가이젠' 뿌리

장인이 사라진 한국
기술을 홀대하고 전수하는데 인색
자랑스런 전통 문화 명맥 잇지 못해
정규석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기사 이미지 보기

정규석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동물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정체 상태인데 왜 인간은 발전하고 있을까. 국가 간 발전의 속도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는 과거보다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혁신을 누가 더 잘하느냐, 이미 혁신된 것을 누가 더 잘 계승해 후대가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혁신을 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원리는 오늘날의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거 한반도에는 신라시대의 첨성대, 고려시대의 세계 최초 금속활자와 화려한 고려청자, 조선시대 장영실의 여러 발명품이나 거북선 등 세계적인 혁신의 결과물들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발전시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국민교육헌장에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리자’라는 말을 넣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조영남 기자 iopen@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조영남 기자 iopen@hankyung.com


혁신과 혁신결과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이웃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보자. 최근 DNA 검사를 통해 일본인들은 BC 4세기께부터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두 나라 국민은 기본적으로 두뇌 수준이나 문화가 비슷한 상태였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혁신은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많은 사람이 교류하는 지역이 유리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섬나라인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문명의 오지에 속한다. 인구가 충분히 많은 것도 아니고 교류가 빈번한 지역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는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기보다 중국이나 한반도에서 건너간 문물이 많다.

그러나 일본은 남의 것을 계승발전시켜 꽃피운 자랑거리가 많다. 포르투갈 상인에게서 조총 몇 자루를 얻은 그들은 얼마되지 않아 임진왜란을 일으켰을 때 이미 세계 최대의 조총 보유국이 돼 있었다.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조선의 도자기를 탐내서 도공들을 납치해 갔던 그들은 근세에 세계적인 도자기 강국임을 뽐냈다.

정원이나 차문화는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백제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 일본 나라지역 동대사의 청동불상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무술에서도 일본은 세계적 강국이다. 중국 당나라에서 전래됐다고 해서 당수(唐手)라고 부르는 가라테(당수의 일본식 발음)를 포함, 오늘날 종합격투기 선수라면 누구나 배워야 할 기본기 주짓수(유술)도 일본산이다. 일본 해적인 왜구들의 검도 솜씨는 동양무술의 고향 명나라 군사들을 벌벌 떨게 만들 정도였다. 이에 대응해 척계광이란 명나라 장수는 공격용 무기인 창을 개조, 원거리 방어용 무기인 삼지창을 고안했다. 이 삼지창은 조선시대 포졸들이 가장 많이 들고 다니는 무기가 됐다.

조선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멸악산 근처에 화선지를 잘 만드는 마을이 있었다. 중국 사신도 그 마을의 화선지를 선물하면 매우 기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명품을 만들면 크게 성공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당연하다.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명품은 진상품이 됐고, 명품의 수요가 늘수록 세금은 늘어갔다. 견디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야반도주를 해 뿔뿔이 흩어졌다. 근처 절에서 기술을 가르쳤던 스님은 마을을 떠나기 싫다며 두 팔을 잘라버려 이 마을에서 화선지 만드는 기술의 명맥이 끊겼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은 예나 지금이나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다. 대부분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하다 보니 대학을 우골탑이라고도 했다. 제주에서는 해방 이후 귤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자식 대학 가르친다고 했다. 제주의 귤나무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그러나 귤도 귀한 과일이라 진상품이 되면서 귤나무를 키우는 제주도민의 원성이 자자하게 됐다. 그러나 진상품인 귤을 내놓지 못하면 역적이 되니 귤나무를 안 키울 수도 없었다. 결국 제주도민들은 독풀에서 채취한 독즙을 귤나무에 조금씩 발라 고사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짚신에 관한 것이다. 짚신을 남보다 부드럽고 질기게 잘 만드는 짚신명인이 있었는데, 아들에게도 그 비결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임종 직전에야 가르쳐줄 마음이 생겼는지 입을 열었는데 미처 다 말하지 못하고 숨이 끊겼다고 한다.

앞의 두 에피소드는 물건을 잘 만들면 고생이 많아지는 ‘역보상 시스템’의 문제다. 미인박명이나 ‘무재주가 상팔자’라는 우리 속담은 이런 현실을 말해준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아들조차 경쟁자로 여기고 자신의 노하우를 안 알려 주려고 한 방어적 태도에 관한 것이다. 명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동기가 없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후대에 전수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회적 시스템 하에서는 문물이 발달할 수 없고 명품이 꽃피울 리 없다.

일본식 혁신인 ‘가이젠(改善)’의 뿌리에는 사회적으로 혁신을 격려하는 강력한 보상시스템이 있다. 일본에서는 최고의 명품을 만드는 사람은 상당한 부와 명예를 누린다. 이는 일본 산업경쟁력의 원천인 ‘장인정신’을 키우는 모태가 됐다. 일본의 문물 발전을 촉진한 또 한 가지는 ‘직업가문제도’다. 한국은 혈통 중심의 가문제도가 매우 강하다. 족보가 세계 최고로 발달한 까닭이다. 일본은 직업에도 가문제도가 존재해 당대에 갈고 닦은 기술을 제자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는 전통이 있다. 제자가 성공해야 자신의 가문이 빛나고, 죽어서도 그 기술을 물려준 자신의 이름이 빛나기 때문이다. 제자는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실현을 위한 나의 분신인 것이다.

조선 사회에는 혁신을 좌절시키는 역보상시스템과 잠재적 경쟁자인 후대를 안 키우는 시스템이 그나마 간헐적으로 나타났던 발명과 혁신을 스러지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혁신을 격려하는 보상 시스템과 기술 계승을 유인하는 제도가 발전을 뒷받침했다. 결국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차이가 문물 발전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이런 혁신과 혁신결과의 공유란 발전의 원리는 오늘날의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의 혁신 여부는 결국 인센티브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구성원이 혁신과 변화를 기피하면 안 하는 것이 이롭기 때문이며, 역으로 열심히 하면 또한 그것이 이롭기 때문이다. 후임자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래야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 이롭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기업 조직에서 목격되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오늘날 지식경영이라고 불리는 경영기법의 핵심은 개인이 혁신한 지식을 표준화해 조직의 지식으로 축적함으로써 다른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유된 지식을 바탕으로 또 다른 혁신을 쌓아가는 것이다. 혁신을 위한 멍석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시스템과 혁신기법, 이것을 격려하는 보상 시스템, 혁신 노하우의 공유를 격려하는 지식경영 시스템의 올바른 설계는 기업 발전의 핵심이다. 이런 조직을 우리는 끊임없이 조직의 역량을 키워가는 학습조직이라 부른다.

■ 청기와주의

조선 말에 방문한 외국인이 고국에 돌아가 조선에 대해 쓴 신문 사설 중 ‘청기와주의(Blue Tilism)’란 제목의 글이 있다고 한다.

그가 보니 예전엔 고색창연한 청기와로 지붕을 덮은 집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렇게 짓는 집들이 안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는 것이다. 세상은 과거보다 현재가,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아지는 식으로 나날이 발전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조선은 옛날의 그 멋진 청기와를 굽는 기술은 사라지고 많이 뒤떨어진 듯한 검은 기와를 얹은 집밖에 볼 수 없으니 시간이 거꾸로 가는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는 뜻이었다.

명품을 만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보상 구조’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센티브 시스템이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늘날 남북한의 발전 차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업 발전의 핵심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하는 것이고, 혁신의 노하우가 혁신 당사자의 지식으로만 머물다 이직이나 순환근무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지식으로 공유·계승하게 하는 것이다. 혁신이 자동차의 앞바퀴라면 공유는 뒷바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구성원의 역량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경영자가 설계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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